‘우리 함께···우크라이나 위해’ 제19회 밀알콘서트 평화를 노래하다

우크라이나 출신 트럼펫터 콘스탄틴 마트비옌코, 조국의 평화 소망하며 협연

“어느 날 갑자기 아파트에 포탄이 떨어졌어요. 그날부터 이웃집 사람들과 지하실로 피해 1개월 반 동안 숨어 지냈죠.”
우크라이나 출신 트럼펫터 콘스탄틴 마트비옌코가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세라믹팔레스홀에서 진행된 '제19회 밀알콘서트'에서 협연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을 아파트 단지가 화마에 휩싸이고, 잿더미 옆으로 피난길에 오르는 영상에 등장한 한 중년 여성은 참혹했던 전쟁터에서의 나날을 소개했다. 한 소년이 흰색 분필을 들고 바닥에 ‘PEACE(평화)’라고 적는 장면을 끝으로, 무대 위에 오른 오보이스트와 관현악단의 연주가 흘렀다. 화합과 평화의 멜로디로 사랑받는 영화 ‘미션’의 주제가 ‘가브리엘의 오보에’였다. 19번째 밀알콘서트는 그렇게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소망하며 막을 올렸다.

2004년 시작된 밀알콘서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예술인들이 함께 무대에 서고 관객이 되는 통합 콘서트로 자리매김한 무대다. 매회 콘서트마다 마련된 후원금을 장애인 복지시설 건립 등 사회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해 온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은 7일 유튜브 채널 알TV로 녹화중계된 이번 콘서트 후원금으로 우크라이나 난민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연 또한 우크라이나 평화를 염원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출신 연주자 콘스탄틴 마트비옌코(53)가 선보인 트럼펫 연주는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대중 가요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Ridna maty moja)’와 ‘달빛 비치는 밤(A moonlight night)’을 통해 고국을 향한 마음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트럼펫터 콘스탄틴 마트비옌코가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세라믹팔레스홀에서 진행된 '제19회 밀알콘서트'에서 우크라이나 대중 가요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Ridna maty moja)’를 연주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처음 전쟁 소식을 듣고 너무 두렵고 마음이 아파 뉴스 영상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음악을 통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 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이번 공연이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바리톤 한규원과 혼성중창단 아인클랑앙상블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우크라이나를 응원한다’는 가사가 담긴 경쾌하고 신나는 우크라이나 노래 ‘Hey, Hey, Rise Up’으로 우크라이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모든 출연진들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Prayer for Ukraine)’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며 관객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노래했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는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국가 다음으로 많이 불리는 노래다. 또 시각장애인 첼리스트 김민주와 스승 첼리스트 이강호가 비발디의 ‘두 대의 첼로를 위한 콘체르토 전 악장’을 협연하며 의미 있는 하모니를 선보였다.
첼리스트 이강호(왼쪽)와 시각장애 첼리스트 김민주가 협연을 펼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홍정길 목사는 자신이 초등학교 4학년 시절 경험한 한국전쟁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향한 위로와 응원을 요청했다. 그는 “전쟁이 뭔지도 모르던 어린 나이에 비극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그 참혹함이 느껴져 매일 우크라이나를 위해 깊은 기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절망 가운데 서 있는 그들에게 오늘 이 자리가 위로와 소망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밀알복지재단은 지난 3월부터 우크라이나에서 긴급구호를 실시하고 있다. 리비우에 무료급식소를 마련해 매일 20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5월부터는 긴급구호 지역을 확대해 폴란드 우쯔에서도 매주 400명의 난민에게 식량과 생필품을 지원한다. 또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피해가 극심한 동부의 헤르손과 도네츠크, 자포리자에서도 매월 800여 명 분량의 구호물자를 지원하고 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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