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빠진 엄마 수천만원 미륵불 사”…日신자 자녀 회견

아베 총격범 어머니 통일교 신자 사실 알려진 후
일본 변호사회 통일교 대응 호소 기자회견 열어
40대 여성 “엄마가 통일교 빠져…나도 합동결혼식 해”

검찰로 송치되는 아베 피격 용의자. AP/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41)가 통일교회에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본 변호사회가 “통일교 문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회견에 나선 40대 여성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통일교 종교활동을 하며 수천만원 상당의 대리석 미륵불상을 샀고, 나도 합동결혼식에서 결혼했다”고 증언했다.

현지 아사히신문 등은 일본에서 통일교 피해자들을 도와 온 전국 영감상법대책 변호사연락회(이하 변연)가 12일(현지시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변연은 1987년 결성돼 전직 통일교 신자 및 가족 등에게 상담을 해주고 있는 단체다.

변연은 “용의자의 행위는 결단코 허용되지 않지만, 통일교 문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일교 전직 신자, 가족의 고뇌와 갈등, 생활 곤궁 등의 고민을 접해왔다”며 “이번 사건은 이런 문제에 사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다시 묻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치권에 통일교에 대한 지지 표명 행위를 삼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본 변연 “통일교 피해 상담액 최근 5년간 54억엔(약 514억원)”
일본 아이치 국제전시장에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주최로 '효정문화축복페스티벌 나고야 4만명 대회'가 열린 모습.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제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변연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약 35년간 변연이 접수한 통일교 관련 상담은 3만4537건, 피해액은 약 1237억엔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접수된 상담은 약 580건, 54억엔(약 514억)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다나카 도미히로 일본 통일교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용의자 어머니가 경제적 파탄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면서도 “교회 측에서 고액 현금을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통일교 측은 헌금에 대한 강요도 없었고 헌금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는 입장이다.

변연은 기자회견에서 “현재도 헌금 강요에 대한 상담이 접수되고 있다. 전직 신자에 대한 헌금 반환을 명령하는 민사 재판도 잇따르고 있다. 헌금 강요가 없다는 (교회 측) 설명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변연 대표 간사 야마구치 히로 변호사는 전직 신자 측이 헌금 반환을 요구한 소송에서 2020년 2월 도쿄지방법원이 “헌금 요구는 불안과 공포를 부추기는 부당한 방법이었다”며 470만엔(약 4500만원)을 반환하라고 한 판결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40대 여성 “엄마가 통일교 빠져, 나도 합동결혼식 후 이혼”

2020년 경기 가평군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열린 합동결혼식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뉴시스

이날 회견에는 어머니가 통일교 신자였다는 40대 여성 A씨가 등장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고 아사히신문 등은 보도했다.

A씨는 기자회견에 앞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을 증언했다. A씨는 1990년쯤 17세 나이로 통일교 신자가 됐다. 어머니는 A씨가 신자가 되기 1년 전부터 교회에 나갔다.

어머니는 정기적인 헌금과 함께 아버지 등의 반대에도 몇만엔 상당의 수정 염주와 수백만엔(수천만원) 상당의 대리석 미륵불상을 사기도 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어머니가 아버지 퇴직금 일부와 생명보험을 해약해 비용을 충당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통일교 교리에 따른 생활을 자녀들에게도 강요했고, 교리에 어긋나면 식사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남성과의 사적인 교제도 일절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통일교 신자 공부 모임에 나갔는데 다른 신자들은 어머니와의 불화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경청해주고 눈물도 흘렸다고 한다. A씨는 오히려 신자 모임에서 통일교에 대한 저항감이 줄어들게 됐다고 증언했다.

A씨는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1995년 통일교 ‘합동결혼식’에서 만난 한국 남성과 결혼했다. 남편과는 일본에서 살며 아이를 낳았는데 남편과의 불화 때문에 이혼을 결심했다. 어머니가 이혼을 강력히 반대했지만 다른 신자 도움을 얻어 이혼을 할 수 있었다.

이후 A씨는 다른 통일교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한국에서 살았는데 2012년 문 총재가 사망했다. A씨는 메시아로 알려진 존재가 병으로 죽은 것을 알고 더 이상 종교를 믿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A씨는 교단을 탈퇴하고 이혼한 후 일본으로 귀국했다. 그는 이후 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어머니가 손자에게까지 종교를 강요하려 해 어머니와 연락을 끊었다.

A씨는 기자회견에서 “야마가미의 범행은 옹호할 수 없지만 종교에 대한 원한을 이해한다”며 “그만큼 통일교회가 신자의 인생을 망가트린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나처럼 허덕이는 통일교 2세가 많다. 고통은 당사자밖에 모른다”고 호소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싱크탱크(THINK TANK) 2022 희망전진대회'에 보낸 특별연설 영상 메시지.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총격범 야마가미는 지난해 9월 통일교 관련 단체인 천주가정연합(UPF)이 공동 개최한 ‘싱크탱크(THINK TANK) 2022 희망전진대회’에 아베 전 총리가 보낸 특별연설 영상 메시지를 보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마가미는 어머니의 통일교 활동 때문에 종교단체에 대한 불만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일본 매체는 보도하고 있다.

야마가미는 당초 종교단체의 한국 지도자를 노렸지만 접근이 어려워 아베 전 총리를 범행 대상으로 바꿨다고 한다.

통일교는 성명을 통해 “용의자의 모친은 월 1회 가정연합의 교회 행사에 참석해왔지만 야마가미는 신자가 아니다”라며 “일본의 정상급 지도자인 아베 전 총리가 본 연합에 영상연설을 보냈다는 이유에서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는 용의자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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