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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빚투 구제? 저축한 사람은 바보냐” 역차별 논란

정부, 청년 대출이자 감면 정책 등 발표
“빚투 실패를 왜 지원…” 논란
정부 “선제 지원해 사회 비용 최소화”
전문가들 “금융회사 부실 우려도”

서울 시내 한 외벽에 붙은 대출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정부가 이른바 청년 ‘빚투족’ 등의 재기를 돕는 ‘청년 특례 프로그램’ 등을 발표한 것을 두고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소상공인 대상 원금의 최대 90%까지 감면해주는 부채 경감 대책을 놓고도 “성실하게 빚 갚은 사람만 바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금융 리스크의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한 집단)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빚투’(빚내서 투자)가 성행했던 상황에서 섣부른 채무 지원 정책이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빚 탕감’이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한다.

정부가 14일 발표한 금융 민생 안정 대책에는 저신용 청년층 대상 신속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연체기간 30일 이하 차주 등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에 약정 대출이자를 기존 대비 30~50% 낮춰주는 이자 감면 지원을 추가한다. 연 10% 수준 금리의 경우 5∼7% 수준으로 낮아지는 셈이다. 또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유예를 해주고 이 기간 연 3.25%의 낮은 이자율을 부과한다.

금융위는 청년층 4만8000명이 1인당 연간 141만~263만원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정책 시행 배경으로 청년층의 주식, 가상화폐 투자를 언급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자산 가격 조정에 따라 저금리 환경에서 돈을 빌려 주식, 가상자산 등에 투자한 청년들이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을 위해 배드뱅크인 ‘새출발기금’을 조성해 대출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해주는 지원책도 발표됐다.

“바보 소리 들어가며 예·적금만 했는데 빚투족 지원하나”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모습. 연합뉴스

이 같은 정책에 대해 빚을 내서 투자하다 실패한 청년들을 지원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소상공인 채무 탕감과 관련해선 열심히 일해 성실히 돈을 갚아온 대출자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직장인 김모(38)씨는 “코인이나 주식 투자 안 하면 바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도 성실하게 예‧적금 저축만 했었는데 빚내서 투자하다 돈을 잃은 청년들도 지원한다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대출 이자 감면해줄 돈으로 예‧적금 이자나 올려라” 등의 반응도 나온다.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실패는 오롯이 본인 책임인데 대출이자를 감면해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대출 취약계층에 대한 구제 정책은 이전 정부에서도 반복돼왔던 단골 메뉴다. 이명박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신용대사면을 실시했었고 박근혜정부도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약 56만명 빚을 감면해줬다. 앞서 문재인정부에서도 214만명 빚 탕감 정책을 발표했었다.

정부 “2030에 재기 기회 줘야 사회적 비용 최소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정부는 고금리 등 금융 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청년 등 취약 계층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은 “과도한 빚을 지게 된 청년들이 신용불량자, 실업자 등으로 전락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경제활동을 돕는 것이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일문일답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는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문제”라며 “도덕적 해이 이슈에도 추진하는 이유는 지원이 마땅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건강한 사회가 이뤄질 수 없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30 세대 어려움에 선제적으로 재기 기회를 빨리 마련해 주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나중에 부담해야 될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청년 부채 구제 방안이 투기를 조장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금융 리스크는 비금융 실물 분야보다 확산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며 “완전히 부실화돼 뒷수습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적기 조치하는 것이 국가 전체 후생과 국민 자산을 지키는 데 긴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취약 차주 지원 대책과 관련해 “도덕적 해이 측면과 상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급격한 외부 충격이 없었다면 다같이 갈 수 있는 소상공인이나 2030 청년이 일시적인 외부 충격으로 인해 단기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경기 침체기 동안 그분들이 생태계에서 이탈하지 않고 조금의 도움으로 생태계 일원으로 남아서 향후 성장 가능한 시장경제 시스템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와 상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도덕적 해이 확산되지 않도록 확실한 메시지 필요”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에 대한 구제 정책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다만 도덕적 해이가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의 확실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빚 탕감 정책이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부가 밝힌 지원 자금 규모는 125조400억원에 달하는데 정부 투입 예산은 2년간 4조7000억원 수준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상공인의 경우 코로나19 때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부분이 있고 해외보다 재정지원이 작았기 때문에 공적 지원 필요성이 있다”며 “청년들의 경우 고금리로 내몰리면 경제활동에 많은 제약이 오고 결혼, 출산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막자는 정책 취지도 인정 된다”고 말했다.

다만 하 교수는 “청년층의 경우 코인, 주식 투자 실패는 본인 책임이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 우려는 당연히 나오는 것”이라며 “영끌, 빚투를 하지 않기 위한 예방 조치가 필요하고, 정부가 이를 장려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취지는 이해되는 정책이지만 ‘지금까지 잘 갚은 사람은 뭐냐’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가장 걱정되는 것은 빚 탕감 정책이 고금리 속에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금융회사 부실은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금융회사 지표들의 신뢰성이 떨어지면 외국인들이 한국 국가 신뢰도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며 “원금 최대 90% 감면의 경우 금융회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대출이자 감면은 금리 인상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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