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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한테도 사랑에 빠질 자유는 있지 않습니까? [똑똑]

지적장애인의 사랑할 권리 다룬 10회 에피소드
실제 사건 맡았던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대표변호사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사진. 에이스토리, KT스튜디오지니, 낭만크루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입니다. 영우는 ‘똑똑 똑’ 노크하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센 뒤 다른 사람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다소 엉뚱할 수 있지만, 자폐가 있는 영우만의 루틴이자 사회와의 소통 방식입니다.

누구 하나 먼저 장애인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영우는 우리에게 먼저 다가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영우 같은 장애인들에게 먼저 다가가 보려고 합니다. 그전에 우리 한 번 다 같이 생각해보고 ‘똑똑’ 노크한 뒤 다가가는 건 어떨까요?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대표변호사.

4번째 ‘똑똑’(똑바로 거꾸로 봐도 똑같은 사람입니다)의 키워드는 ‘사랑할 권리’입니다. 이번엔 특별한 초대손님 한 분을 모셔봤는데요. 10화 에피소드의 원작자인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대표변호사와 29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2012~2018년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며 1000건 넘는 소송을 진행한 인물입니다.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사랑한다”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0화. 에이스토리 유튜브 캡처

10화에서 우영우 변호사는 송무팀 이준호씨와 사귀게 되면서, 동시에 한 사건을 맡게 됩니다. 비장애인 남성 양정일씨가 지적장애 여성 신혜영씨를 성폭행했다는 형사소송이었는데요. 영우는 피고 측 변호를 맡게 됩니다.

정일은 혜영에게 데이트 비용 등을 모두 내게 하는 등 혜영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지만, 그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항변합니다. 혜영도 “사랑하니까”라며 피고인이 처벌받기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힙니다.

이 드라마 에피소드는 신 변호사가 겪었던 실제 사건입니다. 신 변호사는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때 했던 고민들도 다시 새록새록 났고요”라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적장애인을 착취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호를 중점에 두는 건 맞아요. 하지만 강력한 보호만이 과연 능사일까 하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라고 이번 회차를 평가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0화. ENA 유튜브 캡처.

드라마와 조금 다른 점도 있었는데요. 신 변호사는 “(당시 지적장애 여성이) 재판 끝나고 사무실까지 몰래 따라왔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는 ‘오빠(피고인) 사랑하고 있다’고 얘기했어요”라고 부연했습니다.

신 변호사는 이 여성에게 법정 증언을 요청했고, 그는 이를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법정에 선 지적장애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신 변호사는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신 변호사는 “재판을 하면서 든 생각은 정말 내가 정말 몰랐구나. 지적장애인이라고 하면 말을 못 하거나 더듬거나 그럴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여느 20대와 다를 게 없었어요”라고 회고했습니다. 이어 “지적장애 여성이 진실한 사랑으로 생각했구나”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임을 감안해야 한다’며 지적장애 여성의 증언을 채택하지 않고, 피고에게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드라마 속 결말도 현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극 중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언급하면서 혜영을 “정신적인 장애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존재로 정의하죠. 지적장애라는 이유로 혜영의 증언을 기각한 셈입니다. 이를 들은 혜영이 그 자리에서 펑펑 울던 마지막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엄단과 함께 자기 결정권 존중해야”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사진. 에이스토리, KT스튜디오지니, 낭만크루 제공

“형법은 장애인에 대해 무관심한 듯하다.” 신 변호사는 우영우에 등장하는 에피스드의 원작인 ‘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에서 이같이 적었습니다.

신 변호사는 이번 회차를 통해 지적장애인들의 ‘자기 결정권’이 인정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중증 장애인들 같은 경우는 사실상 인정이 안 돼 있는 상황이에요. 중증이 아니더라도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0화. ENA 유튜브 캡처.

극 중 증인으로 출석한 의사는 지적장애인이 일반적인 성관계와 성폭행을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현실에선 지적장애 여성을 상대로 한 성 착취가 실제 일어나기도 합니다.

신 변호사는 ‘엄단’과 함께 ‘존중’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장애인 성폭력이 많은 상황에서 엄단부터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맞아요. 일단 엄단이 중점이 돼야 해요. 하지만 성적 자기 결정권을 아예 인정 안 하는 엄단의 이면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엄단의 이면’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이 가로막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신 변호사는 “엄단의 논리만 내세운다면 영우와 준호가 만나는 것도 성립될 수 없을 겁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사진. 에이스토리, KT스튜디오지니, 낭만크루 제공

누구나 그렇듯 사랑할 권리가 있는 지적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면서도 혹시 모를 성 착취를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신 변호사는 “무조건 지적장애인들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건 위험할 수 있어요. 중증 지적장애 사건의 경우엔 이를 악용할 우려가 큽니다. 지적장애 자녀를 보호하는 부모들 입장에서는 평생 그 두려움 속에 사시는 경우도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신 변호사는 중증과 경증 등 장애인의 상태를 세밀하게 고려해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적 장애인이라 해도 장애의 정도나 상황이 다른 만큼 이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포괄적인 처벌 조항을 세분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신 변호사는 “이제는 장애인들의 주체성, 자기 결정권을 이해하려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사진. 에이스토리, KT스튜디오지니, 낭만크루 제공

“장애가 있으면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사랑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게 되기도 하니까요. 저와 하는 사랑은 어렵습니다. 그래도 하실 겁니까?”

드라마에서 영우는 준호에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꿈꾸는 사랑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토로합니다. 신 변호사도 인터뷰에서 “심연(深淵)을 보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사랑을 가장한 범죄가 판치기도 하고, ‘찐사랑’이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차별적인 시선 역시 공존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지적장애인의 사랑할 권리는 어디쯤 와 있을까요? 비장애인의 사랑은 정말 할 수 없는 것일까요? 여러분은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나요? 편견이나 차별 없이 이들이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혜영과 정일의 사랑이나 영우와 준호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특정 대상을 향한 비하와 혐오 표현은 절대 금지입니다. 만약 적발 시, 법무법인 한바다의 우영우 변호사를 선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찬규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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