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마스크 탓에 발달도 느린데”… ‘만 5세 입학’ 예비 학부모 반대 이유

<국민일보·종로학원 공동설문>
예비 학부모 205명 응답
육아 경험서 나온 구체적 우려 많아
사교육 부담 가중 걱정도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만 5세 입학 국민일보-종로학원 설문조사’에 참여한 예비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1년 앞당기는 학제개편안에 강한 우려를 쏟아냈다. 설문참여자 205명 중 191명(93.2)이 반대 의견을 냈다. 특히 신체적 발육 정도와 정신적 성숙도에서 차이 나는 아이들이 동급생으로 묶이는 점, 딱딱한 학교생활에 적응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리다는 우려가 컸다. 공교육의 준비 부족과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에도 반감이 상당했다.

예비 학부모들이 작성한 서술형 답변을 분석해보면 막연한 걱정이 아닌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경험에서 우러나는 구체적인 우려들이 많았다. 한 예비 학부모는 “(코로나19로) 마스크를 많이 써 발달이 느리다. 교사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텐데 그 스트레스를 누구에게 풀겠는가”고 썼다. 다른 응답자는 “아이가 난청이라 학교 가면 와우 기계 관리를 스스로 해야 한다. 언어 발달을 간신히 정상 수준으로 맞췄는데 조기 입학은 어렵다”고 했다.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을 굳이 한 학년에 넣어서 학습의 기회를 놓치게 할 이유는 없다” “글자도 모르고 혼자 화장실 뒤처리도 힘들다” “왕따, 학교폭력, 성적 모두 문제가 발생할 것” “유치원에선 친구 학교에선 형·누나가 될 수 있는데 아이들이 혼란스러울 것”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사교육 부담 가중을 걱정하기도 했다. “만 5세에 학교 가면 사교육으로 돌려야 한다. 아니면 집에서 아이만 봐야 한다” “7세 입학을 준비하기 위해 유치원 때부터 조기 사교육 붐을 일으킬 것” “8세도 겨우 적응시켜 보냈는데 7세라니 사교육이 더 판칠 것” 등으로 성토했다.

현재 예비 학부모들이 고민하는 문제와 동떨어진 발표란 비판도 적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발표로 인해 아이들의 입학 연도 변경이 발생했다. 가족의 인생 계획이 틀어졌고 향후 아이들의 학교적응, 미래 교우관계, 사회 적응까지 고민된다” “아이들을 부품 취급하는 정책이다. 가뜩이나 코로나 때 힘들게 임신·출산했는데 날벼락 같은 얘기” “충분한 의견 수렴 없는 독단적 실험이다 아이들의 1년은 단순히 1년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12년, 30년, 100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유년시절 내 아이의 1년을 경제 계획 놀음에 맞춰 논의도 없이 버려질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학제개편안을 강행하면 명문 초등학교로의 쏠림 현상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기 입학 시 명문 초등학교 선호도가 높아질 것인가’란 질문에 ‘매우 그렇다’ ‘그렇다’ 응답은 각각 42.9%(88명)와 9.3%(19명)였다. ‘매우 아니다’ ‘아니다’는 각각 20.5%(42명), 7.8%(16명)에 그쳤다.

한편 교육부는 학부모·교육·시민단체 대상 의견 수렴 작업에 착수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국학부모단체연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