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땅 밟자마자 “시진핑, 인권·법치 무시” 직격

낸시 펠로시(가운데) 미국 하원의장이 2일 밤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해 대만 측 인사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대만을 방문했다. 대만 외무부 제공. AFP 연합뉴스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대만 땅을 밟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 후 첫 메시지에서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를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2일(현지시간) 밤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한 직후 낸 성명에서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며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미 권력 3위’인 자신의 대만 방문은 공산국가인 중국에 맞선 미국의 민주주의 수호 차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거센 반발과 논란 속에 이뤄진 대만 방문의 명분을 밝힌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대만 도착과 동시에 공개된 ‘내가 의회 대표단을 대만으로 이끄는 이유’라는 제목의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도 “이번 방문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상호 안보와 경제적 파트너십, 민주적 거버넌스에 초점을 둔 태평양 지역 순방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낸시 펠로시(오른쪽) 미국 하원의장이 2일 밤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착륙한 후 조셉 우 대만 외교부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는 “대만 파트너들과의 논의는 대만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의 발전을 포함해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미국과 대만의 연대를 재차 강조했다.

또 평화적 수단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만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시도를 서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자 미국의 중대한 우려라는 대만관계법에 적시된 맹세를 기억해야 한다며 “우리는 대만과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대만과의 긴장을 매우 높이고 있다면서 대만의 민주주의가 현재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은 폭격기, 전투기, 정찰기 순찰을 대만 방공구역 근처, 심지어 그 너머로까지 강화했고, 미 국방부는 중국군이 대만을 무력 통일하고자 비상사태를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지었다”고 했다.

아울러 “중국은 매일 대만 정부기관에 수십 건의 사이버 공격을 하고 있고, 대만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글로벌 기업에 대만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압력을 가하고 대만과 협력하는 국가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의 가속하는 공격에 직면한 미 의회 대표단의 방문은 미국이 민주 파트너인 대만과 함께한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오른쪽 네 번째) 미국 하원의장이 2일 밤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해 환영나온 인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가 제공한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이번 대만 방문이 대만관계법, 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양국 간 합의인 미·중 3대 공동성명, 대만의 실질적 주권을 인정하는 6대 보장에 의해 지속돼 온 ‘하나의 중국’ 정책에 모순되는 게 아니라면서 “미국은 현상을 변경하려는 일방적인 시도를 계속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을 강화하면서 혹독한 인권 기록과 법치에 대한 무시는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홍콩 사태를 거론하며 “중국은 일국양제 약속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티베트와 신장에서도 소수민족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대만과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계속된 위협을 방관해선 안 된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에 대만을 찾은 최고위급 미국 인사다. 그는 3일 대만 총통과 면담·오찬, 입법원(의회)·인권박물관 방문, 중국 반체제 인사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오후에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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