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사의 수상한 성우 섭외

“더빙 좀 부탁해” 일반인에게 황당한 요구

국민일보 삽화

지난해 이한석(가명·27·회사원·서울)씨는 중국 게임회사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황당한 부탁을 받았다. 한국에 출시 예정인 중국 게임 광고 더빙 제안이었다. 이씨는 전문 성우가 아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이 정확한 한국어 발음에 대한 요구보다 단순히 한국인이 녹음했으면 하는 생각인 거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중국 게임사의 ‘엉터리 광고’가 십수 년째 논란이다. 비전문 성우가 녹음한 광고부터, 선정적 광고, 낚시성 광고 등이다. 지난달 이순신 장군을 ‘중국 문명’으로 소개해 동북공정 논란을 일으킨 광고 또한 중국 게임사가 벌인 짓이다.

최근 비전문 성우가 녹음한 광고는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중국 게임 업체에서 근무했던 한 중국인 A씨는 “이런 부탁을 자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비전문 성우가 광고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빙 부탁을 하는 이유에는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국내에서 게임 광고로 논란을 일으켰던 회사는 묵묵부답이다. 중국 게임 개발사 4399의 한국 법인인 4399코리아는 최근 신작 모바일게임 ‘문명정복: Era of Conquest’ 광고에 이순신 장군을 ‘중국 문명’이라고 표기했다. 4399코리아 홈페이지에 회사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어 평일 낮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SNS 상에선 선정적인 중국산 게임 광고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용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이지혜(가명·26세·학생·서울)씨는 “광고 중 선정적인 중국 광고를 자주 접한다”며 “게임 콘텐츠가 아닌 야한 옷차림의 여성이 주가 되는 게임을 볼 때 그 정체성이 무엇인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게임학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중국 게임사가 눈치를 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 교수는 “이순신 이슈와 같은 광고 문제가 비용 절감을 떠나서 한국이라는 시장 자체를 중요하게 보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며 “광고를 대충 만들어도 넘어간다. 중국은 한국이 중국 영향력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마켓 10위권에 중국 게임이 이미 있는데 비용 많이 들여서 좋은 광고 만들 필요가 없다는 거다”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동북공정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는 판호 발급 기준에 역사를 포함했다. 사회주의와 같은 사상을 해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문제가 생겨도 정부가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게임콘텐츠위원회 같은 기관이 논란이 되고 나서야 단속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정진솔 인턴기자 s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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