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기만 해도 피부 벗겨지는 희귀병, 유전자 교정 ‘근본 치료’ 가능성

최신 유전자 가위 활용 치료법 동물실험서 확인

질병관리청 제공

국내 의료진이 대표적 희귀난치성 피부질환인 ‘이영양형 수포성 표피박리증’을 원인 유전자 교정을 통해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 질환은 가벼운 일상적 마찰에도 피부 점막에 물집과 상처가 돋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데, 국내에는 25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적으로 7형 콜라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상은 교수팀(김송이 연구원)과 서울대의대 생화학교실 배상수 교수팀(홍성아 박사)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이영양형 수포성 표피박리증(RDEB)에서 최신 유전자 가위인 ‘염기 교정(base editing)’과 ‘프라임 교정(prime editing)’ 기술을 활용한 체외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근 생명과학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꼽히는 유전자 가위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에서 특정 부위를 잘라내 편집하고 교정하는 방법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피부의 표피와 진피는 ‘고정원 섬유’에 의해 단단히 연결되어 있는데, RDEB는 이 고정원 섬유의 주요 구성 성분인 7형 콜라겐의 유전적 결함으로 발생한다.

RDEB 환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반복적인 전신 피부 및 점막의 수포와 상처, 심한 통증과 가려움에 시달린다. 또 상처의 2차감염, 만성 상처 부위에서 발생하는 피부(편평세포)암, 관절 구축과 손발가락 붙음증(합지증), 식도 협착으로 인한 삼킴 곤란, 만성 빈혈 및 내부 장기 부전 등의 증세가 흔히 동반되는 중증 피부질환이다.

안타깝게도 RDEB 질환은 지금까지 증상만 개선하는 대증적 치료에 의존해 왔으나, 최근 수년 사이에 재조합 7형콜라겐 주입 치료, 약물 치료, 세포 및 유전자 치료 등 새로운 치료법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전략 중 근본적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유전자 치료다. 환자로부터 유래한 세포에서 변이 유전자를 교정해 다시 환자에게 넣어주는 획기적인 방식이다.

연구팀은 RDEB 환자에서 채취한 피부 섬유아세포에서 아데닌 염기 교정과 프라임 교정 방법을 이용해 7형 콜라겐을 발현하는 COL7A1 유전자 돌연변이 중 우리나라 환자에서 가장 흔한 2가지 변이를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
또 유전자 변이가 교정된 환자의 섬유아세포를 면역결핍 쥐의 진피 내에 주입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만든 인공 피부를 면역결핍 쥐에 이식했을 때, 사람의 7형 콜라겐이 표피-진피 경계부에 RDEB 환자의 피부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침착(쌓임)하는 것을 확인했고 치료 부위에서 고정원 섬유의 생성이 이루어짐도 관찰했다.

이상은 교수는 3일 “유전자 교정은 유전질환의 근본적 치료 전략이다. 치명적일 수 있는 중증의 RDEB 환자에게 획기적인 치료법이 될 것이다. 이번 전임상(동물)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실제 RDEB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상수 교수는 “염기교정 방법과 프라임 교정 방법으로 우리나라 RDEB 환자의 유전자 변이 중 각각 42.5%, 97.5% 가량 교정이 가능한 것으로 예측된다.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이 제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몰레큘러 테라피(Molecular Therapy)’ 8월호 표지 논문으로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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