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뺑소니로 경찰 사망해도… 태국 재벌 3세 ‘자유’

태국의 레드불 공동 창업주 손자
음주·마약 취한 채 뺑소니 사고
태국 마약법 개정, 공소시효 만료…과실치사 혐의는 남아

재벌3세이자 사건 용의자, 오라윳 유위티야. AP 연합뉴스

마약에 취해 뺑소니 사망 사건을 일으키고도 불기소돼 태국에서 전국적인 ‘유전무죄’ 논란을 일으켰던 재벌가 손자가 마약 복용 혐의 처벌을 피하게 됐다.

3일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검찰총장실 대변인은 전날 레드불 공동 창업주인 찰레오 유위티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37)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가 공소시효 만료로 자동 기각됐다고 밝혔다.

1979년 제정된 태국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의 징역에 처한다.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당초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다음 달 3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은 코카인 복용에 대한 처벌은 징역 1년, 공소시효 5년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공소시효도 만료됐다는 게 태국 검찰의 설명이다.

교통경찰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로 2012년 9월 체포될 당시의 오라윳 유위티야. AP 연합뉴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자신의 페라리를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교통 단속 중이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도주했다. 당시 오라윳은 술과 마약에 취한 상태였고 사고를 낸 뒤 체포됐다.

하지만 그는 보석금 50만바트(약 1900만원)를 내고 석방됐다. 이를 두고 태국에선 태국 내 두 번째 부호인 유위티야 일가가 ‘봐주기 수사’ 배경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위티야 일가의 재산은 617억바트(약 23조4000억원)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오라윳은 업무 등을 이유로 해외에 머물면서 검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세계를 유람하는 호화 생활 모습이 언론 사진에 포착되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다.

검찰은 사건 발생 8년 만인 2020년 오라윳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현장 목격자들이 오라윳에게 유리하게 증언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당시 오라윳 뒤에서 운전 중이었다는 두 증인은 그가 시속 60㎞ 이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왼쪽 차선의 경찰이 갑작스럽게 오라윳의 페라리 차량 앞으로 끼어들었기 때문에 사망 사고는 오라윳 잘못이 아니라는 게 이들 주장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까지 이어질 정도로 반발이 확산했다. 여론을 의식한 태국 정부는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재조사 결과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인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

조사결과 오라윳은 사고 당시 시속 177㎞ 속도로 차를 몰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태국 검·경은 그제야 오라윳에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를 추가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경찰이 체포해 데려오기 전에는 마약 복용 혐의에 대해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오라윳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오라윳의 코카인 복용 혐의의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과실치사 혐의는 남아 있다. 태국법에 따르면 과실치사죄는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공소시효는 2027년 9월 3일까지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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