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1원 송금한 日, 모욕하나”…강제동원 피해 할머니 호소

日 강제동원 피해자, 후생연금 수당 99엔 지급해
77년전 화폐가치 적용한 결과…피해자들 “악의적 우롱” 분통

4일 오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정신영 할머니가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99엔을 지급한 일본 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일본연금기구로부터 후생연금(노동자연금보험) 탈퇴 수당으로 99엔(931원)을 송금받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악의적 우롱”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4일 오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릎 꿇고 백번 사죄해도 부족할 판에, 일본 정부는 90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껌 한 통 값도 안 되는 돈을 지급해 또 한 번 피해자들을 우롱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악의적인 모욕 이외엔 더 이상 설명할 길이 없다”면서 “후생연금 탈퇴수당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한국으로 귀환할 광복 당시에 지급됐어야 했다. 후생연금의 존재 사실을 감춰온 것도 모자라 마지못해 수당을 지급하면서도 일본 정부는 피해자의 인권을 다시 한번 모독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연금기구는 지난달 강제동원 피해자인 정신영 할머니에게 77년 전 화폐가치를 그대로 적용한 99엔을 지급했다.

정 할머니는 1944년 5월 만 14세의 나이로 일제의 강압과 회유에 못 이겨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끌려갔다. 하지만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해방 이후 고국으로 돌아왔다.

정 할머니는 일본 전범 기업에 강제동원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위한 증거가 필요해 지난해 3월 다른 피해자 11명과 함께 일본연금기구에 후생 연금 가입 기록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일본연금기구는 “기록이 없다”고 발뺌했지만 정 할머니는 자신의 연금번호를 기억하고 있었고, 결국 일본 국회의원의 협조로 재조사가 이뤄졌다. 일본연금기구는 기록 확인을 요구한 11명 중 연금번호를 기억하고 있던 정 할머니에 대해서만 후생 연금 가입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9엔을 한화로 환산한 931원을 정 할머니에게 송금했다.

정 할머니는 “(일본이) 무슨 마음으로 이 돈을 송금했는지 모르겠다”면서 “해도 해도 너무하다. 15살 어린 학생을 거짓말로 일본에 데려가서 거지도 못 먹을 밥을 줬다. (이제는) 애들 과잣값도 안 되는 돈을 보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어디에 쓰라고 (이 돈을) 보냈는지 모르겠다”며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할머니들은 이제 (살아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일본이 어서 사죄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 할머니는 또 당시 지진이 발생해 또래 친구 6명이 공장 건물더미에 묻혀 사망했다고 전했다.

4일 오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99엔을 지급한 일본 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할머니와 같은 해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됐떤 양금덕 할머니도 “그때(2009년) 준 돈은 안 받겠다고 던져버렸다. 괘씸해서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고 반발했다.

양 할머니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2009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후생연금 탈퇴 수당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당시에도 ‘99엔’을 지급해 공분을 샀다.

양 할머니는 “우리나라는 이제 다른 어느 나라에도 지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며 “일본의 사죄를 꼭 받아낼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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