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해자 이름 안 알려도 돼”… 성희롱 檢 수사관 해임 정당

대법원 모습. 뉴시스

성희롱과 갑질 등을 이유로 해임된 검찰 수사관이 피해자 인적사항을 제공 받지 못해 방어권 행사에 문제가 있었다며 불복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검찰주사보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2005년 검찰 수사관으로 임용된 A씨는 2017년 8월 제주지검으로 전보됐다. 이곳에서 A씨는 여러 차례 성희롱 발언을 하고 후배들에게 갑질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A씨는 같은 청에서 근무하던 피해자들을 회식 후 껴안거나 “키스(뽀뽀) 한번 하자”고 성희롱하고, “술집에서 전라상태로 새벽 4시까지 놀았는데 아가씨들이 오빠처럼 잘 노는 사람 처음 본다고 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2019년 5월 A씨를 해임했다. A씨는 일부 징계사유는 과장·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검찰총장을 상대로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은 징계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이 징계 관련 서류에 피해자들의 이름을 비실명 처리하고, 신상정보 부분을 삭제해 A씨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었다는 취지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방어권을 적절히 보장하면서도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화로운 방법을 강구하지 아니한 채 징계 사실 일체에 관련해 피해자 등을 전혀 특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2심 판결을 뒤집었다. 징계 관련 서류에 피해자 실명은 없었지만 일시와 장소, 행위 유형 등이 특정돼 있어 반박이나 소명이 불가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징계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자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실명 등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2차 피해 등의 우려가 있어 실명 등 구체적 인적사항 공개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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