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이은해, 도피 중 지인들과 ‘대담한 여행’

도주한 뒤에도 중학교 동창과 3차례 여행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가 지난 4월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은해(31)씨가 4개월간 도피 생활을 하면서 중학교 동창과 3차례 부산 등지를 여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법 형사15단독(판사 오한승)은 8일 이씨와 공범 조현수(30)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기소된 A씨(32) 등 도피조력자 2명에 대한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씨의 지인인 B씨(31·여)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B씨는 법정에서 “이씨와 중학교 동창이며 제일 친한 친구 사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A씨도 10대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라고 했다. B씨도 범인도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이씨의 도피 기간 은신처인 오피스텔 2곳에 모두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둔) 지난해 12월 14일 아침 이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나”라는 검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4월 검찰 조사에서 “이씨가 ‘구속될 것 같다. 조사를 받으러 안 가겠다’라고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검사는 “이씨가 살인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도주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게 맞느냐”고 묻자 B씨는 “네”라며 인정했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가 지난 4월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면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연합뉴스

B씨는 또 이씨와 조씨가 지난해 12월 도주 이후 지난 4월 검거될 때까지 모두 4차례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3차례는 은신처인 경기도 고양 일산 주변을 벗어나 함께 여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1월 29일 일산 일대에서 이씨와 조씨를 만나 함께 고기를 먹은 뒤 이들의 은신처인 오피스텔에서 잤다고 했다. 당시 A씨가 B씨를 인천에서 만나 일산까지 태워준 뒤 술값 등을 계산했다.

B씨는 이어 지난 2월 12∼13일에도 이씨와 조씨를 서울 종로와 일대에서 만나 고기를 먹고 호텔에서 함께 숙박했다.

그는 법정에서 “서울 호텔에서 숙박한 뒤 다시 일산으로 가서 해장하자고 해 라면을 먹고 헤어졌다”며 “이씨가 ‘현금을 써야 한다’면서 자신이 결제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전에 만났을 때 이씨가 ‘A씨와 함께 돈을 벌고 있다’고 해 돈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와 조씨는 같은 달 19∼21일에도 부산에서 B씨와 만나 유명 관광지 등지를 함께 여행했다. 이들은 백화점 내 찜질방을 이용하기도 했으며 검찰이 공개수배(3월 30일)를 한 직후인 4월 2∼3일에는 경기도 양주에 있는 펜션에 1박 2일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B씨는 “이씨가 공개 수배된 이후 극단적 선택을 계속 이야기하고 힘들어해서 (펜션에서) 위로해줬다”며 “이씨가 ‘일이 너무 커졌으니 원래 계획인 3억원을 모아 유명 변호사를 선임하는 건 힘들겠다’는 말도 했다”고 증언했다.

검사가 “매우 높은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이씨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실대로 진술한 것이냐”고 묻자 B씨는 “네”라고 답했다.

앞서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경기 가평의 한 계곡에서 윤모(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던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4월 경기 고양시 삼송역 인근의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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