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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도로 나뒹군 페라리·벤틀리…내 차 보험료 오를까

폭우 집중 강남서 고급 외제차 피해 속출
비상 걸린 손보업계 자동차보험 손해율 우려
S&P “폭우 손실 관리 가능한 수준” 전망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 침수됐던 차들이 9일 오전 정차된 채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 일대 도로에서 물이 빠지고 드러난 건 침수 피해를 입고 방치된 차량들이었다. 그중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고급 외제차들도 작지 않은 숫자로 목격됐다. 주변보다 10m 이상 낮은 ‘항아리 형태’를 띈 강남의 지형이 침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고급 외제차의 침수 피해가 속출하면서 손해율 상승에 따른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급 외제차 침수 피해 접수 잇따라

10일 손해보험협회와 각 보험사의 집계를 종합하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에 지난 8일 폭우로 접수된 외제차만 1000여대에 달한다.

5억원을 훌쩍 넘는 페라리도 침수 피해 차량으로 접수됐다. 2억3000여만원의 가치로 평가되는 벤츠 S클래스, 1억8000여만원짜리 포르쉐 파나메라, 1억7000여만원 상당의 벤틀리 등 초고가 차량도 피해 목록에 올라왔다. 벤츠, BMW, 아우디, 볼보 등 차량 가액이 높은 고급 외제차 수백여대의 침수 피해도 접수됐다.

온라인상에서는 기본 차량 가격이 3억원 이상인 벤틀리부터 1억원에 육박하는 BMW에 이르기까지 수해를 피하지 못한 채 거리에 방치된 고급 외제차들의 사진이 잇달아 올라왔다.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의 경우 대부분 차량이 회복 불능으로 전손 처리가 된다. 손해보험업계는 이례적인 외제차들의 대규모 침수로 인한 보상에 비상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손보사에서 추정하는 침수 차량 손해액은 대당 1000만원 가량이다. 태풍이나 폭우로 인한 차량 침수 시 전손 처리 등을 고려하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이번 폭우는 상대적으로 전문직 종사자와 자산가가 많은 강남 지역을 강타하며 외제차 피해가 속출했다. 손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서울의 폭우 피해 당일인 8일 밤부터 불거진 이유는 여기에 있다.

피해 차량의 가액이 높을수록 보험사의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주요 손보사는 서울의 폭우 이틀째인 지난 9일 비상 회의를 열고 강남 지역 고급 차량의 대규모 침수에 따른 대책 마련을 강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가 외제차들이 몰려있는 강남 지역에서 차량 침수 접수가 밀려들었다. 그야말로 자동차보험 보상 쪽은 패닉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 일대에서 9일 오전 폭우로 침수됐던 차량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보험료 오를까… 불안한 차주들

지난 6월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0%였다. DB손해보험은 75.0%, 현대해상은 75.7%, 메리츠화재는 73.2%, KB손해보험은 75.0%로 안정적인 손해율을 나타냈다. 주요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0년 말 80%대 중반에서 2021년 말 80%대 초반이나 70%대 후반, 올해 상반기 70%대 중반 등으로 점차 개선돼왔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사업운영비를 고려할 때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선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 대형 손해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자동차 보험료를 추가로 내릴 수 있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폭우로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자동차 보험료 인하는커녕 최악의 경우 인상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보사 관계자는 “이례적인 고가 외제차들의 침수로 보상 비용이 커지면서 자동차 보험 손해율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안정됐던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벌써부터 경계심을 드러내는 차주들도 등장했다. 자동차 커뮤니티의 누리꾼들은 “내차 보험료 오르는 것 아니냐” “사고 안 난 차량까지 올리다니” “보험료 내고 보상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들끓었다.

다만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 손해보험사가 최근 폭우로 인해 보는 손실은 관리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S&P는 10일 보고서에서 자사의 신용등급 부여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한화손보로 대상을 한정해 “효율적인 재보험 활용으로 순손해액을 제한할 수 있다”며 “상반기 손해율 관리도 잘 돼 있어 세전 이익 대비 예상 손실 규모는 관리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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