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재난 속 물파티? 싸이 ‘흠뻑쇼’ 또 비판 직면

대구·부산 공연 앞둔 싸이 ‘흠뻑쇼’
기록적 폭우로 피해 속출한 상황
물 뿌리는 공연 적절성 논란·코로나 위험도

지난달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에서 열린 '싸이 흠뻑쇼'를 찾은 관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수도권을 강타한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많은 물을 퍼붓듯 뿌리는 가수 싸이의 ‘흠뻑쇼’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해로 인해 곳곳에서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한 국가 재난 상황에서 대용량의 물을 뿌리는 공연 방식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재유행이 또다시 심화하는 것도 ‘흠뻑쇼’에 대한 비판 여론을 키우고 있다.

10일 대구시에 따르면 오는 13~14일 이틀간 대구스타디움에서 싸이 ‘흠뻑쇼’가 진행된다. 공연 주최 측은 이 기간 6만4000명의 관객이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흠뻑쇼’는 지난달 9일 인천에서 시작해 서울, 수원, 강릉, 여수 공연을 마치고 대구와 오는 20일 부산 일정만 남겨두고 있다.

싸이 흠뻑쇼 SUMMER SWAG 2022. 피네이션 제공

이 공연은 방대한 양의 물을 뿌려 관객들이 흠뻑 젖은 채로 공연을 즐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연 포스터에도 ‘이건 무슨 한강을 퍼왔나 싶을 정도의 방대한 물의 양’ 등의 홍보 문구가 포함돼 있다. 싸이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콘서트 한 회당 물 300t 정도가 쓰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을 중심으로 ‘수도권 전체에 내린 폭우로 사망자까지 발생한 이 시점에 많은 양의 물을 뿌리는 콘서트를 진행해야 하느냐’는 취지의 비판이 일고 있다.

자신을 서울 관악구 구민이라고 소개한 누리꾼 A씨는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해 피해를 직접 목격한 입장으로서 이 시기에 흠뻑쇼에 참가하는 건 도의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3만원대의 수수료를 감수하고 다가올 대구 흠뻑쇼 티켓을 취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관악구 신림동은 비 피해가 집중되던 지난 8일 한 빌라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침수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 글에는 동조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글쓴이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수해 피해자를 생각하면 어떻게 즐길 수 있겠느냐” “폭우로 고생했는데 또 물을 맞고 싶을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가뭄 때와 마찬가지로 싸이와 흠뻑쇼를 비판하는 것은 본질과 무관하다는 반론도 팽팽했다. 이들은 “해수욕장과 워터파크, 물을 뿌리는 골프장도 가면 안 된다는 말” “국가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기록적 폭우를 싸이라고 알았겠느냐” “공연을 준비해 온 관계자들은 생업이 걸린 문제다”라고 맞섰다.

강릉 이어 여수서도 확진자 폭증

중부지방 폭우 피해와 별개로 싸이 ‘흠뻑쇼’를 앞둔 지역사회 내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이날 0시 기준 15만1792명으로 지난 4월 13일 19만5387명 이후 119일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방역 당국이 올여름 재유행 정점으로 예상한 15만명도 돌파했다.

공교롭게도 앞서 ‘흠뻑쇼’가 진행된 강원 강릉과 전남 여수에서 해당 공연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기도 했다.

강릉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공연이 열린 이후 일일 신규 확진자수는 31일 225명에서 지난 1일 544명, 2일 788명, 3일에는 908명까지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확진자 증가가 ‘흠뻑쇼’ 여파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지난 6일 공연이 열린 여수에서도 공연에 다녀온 뒤 코로나19에 확진된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공연을 다녀온 후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례는 이날까지 66명으로 파악됐다.

현재 방역 지침상 역학조사도 따로 하지 않아 확진자가 ‘흠뻑쇼’에 다녀왔는지 정확한 집계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공연과 관련성이 확인된 이들은 양성판정을 받은 뒤 자기기입식 역학조사서를 제출해 예외적으로 이동경로가 파악된 경우여서, 실제는 더 많을 수 있다.

방역당국은 공연과 확진자 급증세 사이의 상관관계가 증명되진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온라인 등을 통해 공연 이후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경험담 등이 잇따르면서 공연이 예정된 대구·부산 시민들의 걱정은 커지는 모양새다.

앞서 수만명이 모여 물을 뿌리는 방식의 공연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가까이 붙어 있는데다 마스크가 물에 젖으면 바이러스 차단력이 낮아지고 세균이 번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흠뻑쇼’는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각했던 지난 6월에는 수해와는 정 반대 이유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 지방자치단체들과 농민들이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물을 대량 붓는 공연이 적절하냐는 지적이었다.

지난달 31일 열린 강릉 공연에서는 조명탑 철거 작업을 하던 20대 외국이 남성이 추락해 숨져 안전 의무를 위반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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