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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살세툰] 91세 투병에도 55년째 ‘공짜 예식장’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골목, 색색의 페인트가 칠해진 3층짜리 건물과 각양각색의 서체로 적힌 표지판이 눈에 띕니다. 1967년부터 55년째 ‘무료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신신예식장입니다.

내부는 30~40년 전 부모님의 결혼사진에서 봤을 법한 소품들로 꾸며져 있습니다. 이런 차별점 덕분에 신신예식장은 2014년 영화 <국제 시장>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신신예식장 대표 백낙삼(91) 씨는 영화에 특별 출연한 유명인사이기도 하죠.

신신예식장은 영화뿐만 아니라 각종 TV나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하며 마산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이에 예식을 하러 온 손님뿐 아니라 관광하러 온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신신예식장은 1만 4천 쌍 부부의 결혼식을 무료로 올린 ‘공짜 예식’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간판에는 큰 글씨로 ‘완전 무료’라고 적혀 있습니다. 예식장과 폐백실은 물론 드레스, 양복, 꽃다발, 주례까지 무료로 준비해 줍니다.

최소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예약비 10만 원과 예식 사진 인화비, 직원 수고비를 포함해 총 70만 원을 받지만, 그것도 고객들 주머니 사정 봐주면서 하느라 다 못 받을 때가 많다고 합니다. 평균적으로 신혼부부 총 결혼 비용이 약 2억 9000만 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부부에겐 이만한 곳이 없죠.

신신예식장의 대표 백 씨가 4월에 뇌출혈로 쓰러진 후에는 그의 아내 최필순(82) 씨와 아들 백남문(52)씨가 운영을 맡았습니다. 백씨가 진행하던 주례는 친척이 맡았습니다.

신신예식장의 근황과 미래에 대해 아내 최 씨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최 씨는 “남편이 백 살까지 신신예식장을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면서도 지난주에도 최 씨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걱정이 태산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신신예식장 운영은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다짐도 전했죠.

2019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한 이후에는 완전 무료 봉사를 실천하겠다는 다짐으로 최소한의 금액조차 정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고객이 배로 난처해하며 오기 어려워 해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후 최 씨는 예식의 최저 금액은 책정하되 사정을 봐주는 요령이 생겼다고 합니다. 할까 말까 고민하는 손님들의 사정을 귀신같이 알아서 깎아준다고 합니다. 최 씨는 “어려운 사람 돕고 살아야지”라며 먼저 베풀면 음료수 한 통이라도 주고 가는 손님들 덕에 고생스럽지 않다고 했습니다.

최근에는 한 젊은 손님이 식을 치르고 어려운 부부 결혼식에 보태라며 금액을 더 지급하고 갔다고 합니다. 최 씨는 “그 돈으로 20명 넘는 손님들 예식에 보탰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죠.

이밖에도 몇십 년 전 어려울 때 여기서 6천 원에 결혼한 이후 더 잘 먹고 잘산다며 인사하러 온 손님이 100만 원을 기부하고 가기도 하는 등 고객과 귀한 인연이 이어질 때 가장 큰 뿌듯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신신예식장의 모습

아살세툰은 국민일보의 따뜻한 기사인 ‘아직 살만한 세상’을 글과 그림으로 담는 일요일 연재물입니다.

글·그림=이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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