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서울시 반지하 법 개정 제안에 떨떠름한 국토부

현행법상 지자체 거부권 행사 가능


서울시의 ‘반지하 주택 전면 불허’ 발표에 국토교통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발표하면서 정부와 관련법 개정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미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반지하 주택 건축을 허가하지 않을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내부에선 서울시가 중앙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법 개정 얘기를 꺼낸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11일 “반지하 건축 허가에 관한 건축법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10일 “반지하를 주거 목적 용도로는 전면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현행 건축법 11조에는 ‘상습침수구역 내 지하층은 (지자체)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축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은 서울시가 앞서 2012년 국토부에 건의해 마련됐다. 서울시는 한발 더 나아가 반지하 주택을 아예 짓지 못하도록 법 개정을 건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생각은 조금 다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건축법 개정과 별개로 현행 법령상 서울시가 법에 보장된 거부권(지하층 건축 불허)을 얼마나 잘 행사했는지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건축법 11조에 따라 현행 법규만으로도 상습침수구역이나 침수우려구역에는 반지하 주택 건축을 시 차원에서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축법이 개정된 2012년 이후 서울에는 반지하 주택이 4만 가구 더 지어졌다. 최근 참사가 일어난 신림동도 ‘침수취약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법을 바꿔도 현실에서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어 ‘보여주기식 입법’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요즘 신축 주택은 대부분 1층에 주차장을 두고 그 위에 주거 공간을 짓는 필로티 구조라 반지하를 전면 불허한다 해도 실효성이 크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지하 신축 금지에 매달리기보다는 주거비 부담 등을 이유로 반지하에 사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충이나 이주비 지원 등에 주력하는 게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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