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예보 틀렸으면” 또 비 소식, 신림동 주민들 긴장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찾아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1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골목에서 젖은 집기도구를 집 밖으로 꺼내던 한 주민이 흐린 하늘을 올려봤다. 지난 8일부터 쏟아진 폭우로 흙탕물에 잠긴 집안에서 가전제품, 책, 옷장 등을 이틀간 밤낮없이 빼내고 난 뒤였다. 하지만 다음 주 또다른 비 소식에 주민들 얼굴에는 물난리가 되풀이될까 근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출근을 앞둔 한 다세대주택 지하층 주민 박영호(58)씨는 “나까지 출근하고 나면 지하층에는 아무도 없다”며 “아무도 없을 때 사흘 전처럼 비가 내리면 그냥 넘치기만 기다리고 있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박씨가 사는 다세대주택의 지하에는 세 가구가 살고 있다.

그는 “아직 전기가 다시 들어오지 않아 낮에도 방이 어둑하다”며 “기껏 정리를 했는데, 퇴근했을 때 또 비에 잠겨 있으면 손도 못 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다세대주택 지하층에 거주하는 건설업 종사자 황모(44)씨는 침수 이후 사흘째 출근을 포기하고 집안 정리에 매진하는 중이었다. 함께 사는 아내와 딸은 지난 8일 밤 집이 침수되자 황씨 어머니의 집으로 대피했고, 황씨 혼자 수백 권에 이르는 딸의 아동용 도서와 가전제품, 가재도구 등을 꺼내 집 앞에 쌓아 놓았다.

전날 예보에는 이날 서울에 비 소식이 있었지만 약한 비에 그쳤다. 잠시 내렸던 비가 그치며 햇볕이 들자 신림동 주택가 담벼락에는 물로 헹군 옷가지, 가방, 장판 등이 줄줄이 내걸렸다. 하지만 오는 16일 전국에 또 다시 비 예보가 있자 주민들의 걱정도 커졌다. 황씨는 “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던데, 기상청 예보가 이번에는 틀리기를 바랄 뿐”이라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오전에 간신히 내부 청소를 끝낸 지하층 거주자 정모(77)씨는 후련한 표정으로 옷들을 야외 건조대에 널고 있었다. 정씨는 “며칠 전 속옷만 입고 도망쳐 나왔을 때는 앞이 깜깜했는데, 최악의 상황은 넘긴 것 같다”며 한숨을 돌렸다.

군 장병 수십 명과 구청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신림동 일대 골목을 분주하게 오가며 폐기물을 옮기고 수거해 갔다. 하지만 피해 가구가 워낙 많아 시간이 지나도 상황 변화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 오후까지도 차량 진입이 불가능할 만큼 쓰레기가 쌓인 골목들이 즐비했다.

배수 작업조차 제대로 완료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완전한 지하층에 위치한 신림동 한 교회는 한때 2m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이날 오전에야 강당의 수위가 바닥을 드러냈다. 안쪽의 방은 여전히 무릎까지 물이 차 있었다.

주민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침수 폐기물이 또 다시 폭우를 맞게 되면 더 큰 물난리가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빌라 지하층 주민들의 방 청소를 돕던 집 주인 문남례(65)씨는 “지금처럼 골목에 쓰레기가 잔뜩 쌓인 상황에서 비가 오면 큰일”이라며 집앞의 폐기물 더미를 초조한 눈길로 바라봤다. 문씨의 빌라 앞에는 하수구를 막은 폐기물 더미가 사람 키보다 높게 쌓여 있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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