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DJ부터 尹까지 5년마다 논란 되풀이… 정부 ‘빚 탕감’ 잔혹사

서울 시내에 폐업한 상점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정부 채무 탕감 정책을 둘러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성실 상환자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거세다.

앞서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문재인정부까지 정권 출범 때마다 대규모 채무 탕감 정책을 내놓고 곧바로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것과 똑같은 양상이다. 정부 금융 구제 잔혹사가 어떻게 되풀이돼왔는지 짚어봤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대중정부는 1997년 동아시아를 덮친 외환 위기 여파에서 기업 부실 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배드 뱅크’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당시 정부는 막대하게 쌓인 기업 빚을 줄이기 위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설치해 총 111조6000억원어치 부실 채권을 매입했다.

당시는 기아자동차 등 여러 대기업이 줄지어 파산하는 등 한국 경제 자체가 큰 위기에 봉착한 때라 정부 차원의 대규모 채무 조정안이 비교적 순탄히 시행됐다. 오히려 초기 10조1000억원에서 20조원, 33조6000억원으로 규모가 점차 확대됐다. 모럴 해저드보다는 “부실 채권 매입 가격이 타당하지 않다” “국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국제 입찰을 해 국부를 유출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모럴 해저드 논란이 본격화한 것은 노무현정부가 출범 첫해인 2003년 설립한 ‘한마음금융’ 때다. 당시는 신용카드 대란 직후라 개인 파산자가 1만명을 돌파하고 신용 불량자가 3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가계부채가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당시 정부는 한마음금융을 통해 부채 중 원금을 50%, 이자까지 총 70% 탕감해준다고 발표했지만 성실 상환자 등이 크게 반발하면서 원금 감면 비율이 33%로 축소됐다. 한마음금융 운용사인 캠코가 금융사 부실 채권을 너무 싼 값(평균 장부가율 15%)에 사들인다는 비판도 일부 제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당선 시 신용 7~10등급 금융 소외자 720만명을 구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사 및 등록 대부업체 부채 8조원, 사채 등 미등록 업체 10조원이 조정 대상이었다. 캠코에 ‘신용회복기금’을 설치해 이 채권을 사들인 뒤 원금을 30~50% 탕감하고 금리 인하, 만기 연장 등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후 신용회복기금은 모럴 해저드 논란에 휩싸이며 지원 규모가 10분의 1(72만명)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임기(2008~2012년) 동안 신용회복기금을 통해 실제로 지원받은 사람은 49만명에 그쳤다.

박근혜정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시절 내놓은 정책 공약집 내 ‘국민 행복 10대 약속’ 1번이 채무 탕감을 골자로 한 가계 부담 덜기였다. 캠코에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부실 채권을 18조원어치 사들여 322만명의 빚을 조정해주겠다고 했다. 원금 50~70% 탕감, 저금리 장기 상환 대출 전환 등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2013년 정부 출범 이후 모럴 해저드와 재정 부실화 논란 등이 제기되면서 지원 대상은 33만명,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7년 159만명이 진 6조2000억원 규모 빚을 줄여주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도 원금 일부 탕감 내용이 포함됐지만 1인당 1000만원 이하 소액, 10년 이상 장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해 모럴 해저드 논란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