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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이는 어디에… 구미 3세 여아 사건, 원점으로

구미 3세 여아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 열려
친모는 혐의 부인, 사건 원점으로 돌아가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중심에 있는 친모 석모(48)씨가 지난해 6월 17일 오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리는 3차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경북 구미에서 지난해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자아이의 친모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11일 열렸다. 대법원이 친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낸 지 약 2개월 만이다. 바꿔치기 된 후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사건의 진상을 밝힐 유일한 열쇠지만 행방은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대구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상균)는 이날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49)씨를 상대로 약 40분간 첫 공판을 진행했다.

석씨 측은 출산 사실을 계속 부인하며 ‘키메라증’을 주장했다. 키메라증은 한 개체에 유전자가 겹쳐져 한 사람이 두 가지 유전자를 갖는 현상으로 극히 희소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재판부는 석씨 주장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며 석씨와 석씨 딸들에 대한 추가 유전자 검사를 제안했다.

또 당시 수사 경찰관, 산부인과 간호사, 석씨 회사 관계자 등 출산 사실을 증명할 추가 증인과 증거 자료 등도 요청했다. 석씨의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23일 오후 4시로 결정됐다.

이날 석씨는 마스크와 투명한 얼굴 가리개를 하고 나와 차분한 모습으로 재판에 참석했다. 그는 “사회적 지탄과 공분을 이유로 진실이 왜곡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석씨 변호인은 석씨가 검·경의 유전자 검사를 불신한다며 새로 하는 유전자 검사는 해외기관이 해주길 바란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2월 17일 오후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인 석모씨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건은 석씨(49)가 지난해 2월 딸 김모(23)씨 집에서 숨진 ‘손녀’ A양(사망 당시 3세)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경찰 수사는 김씨가 딸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고 진행됐지만, 석씨가 A양의 친모라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밝혀지며 사건이 복잡해졌다.

석씨는 딸인 김씨가 낳은 아이와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바꿔치기한 뒤 김씨의 아이를 어딘가에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석씨가 2018년 3월 A양을 몰래 낳았고, 얼마 뒤 김씨도 딸을 출산하자 두 아이를 병원에서 바꿔치기했다고 결론 내렸다.

범행 동기는 외도로 인한 임신 은폐라고 봤다. 아이가 바뀐 시점도 같은 해 3월 31일 오후 5시32분부터 4월 1일 오전 8시17분 사이로 특정했다.

석씨는 1·2심 과정에서 “아이를 낳은 적이 없고 아이들을 바꿔치기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혐의를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3차례의 DNA 감정 결과를 근거로 석씨가 A양 친모라고 판단했다.

김씨가 출산한 산부인과에서 3월 31일 0시에 측정한 아기 몸무게는 3.46㎏이었는데 하루 뒤 3.21㎏으로 줄었던 점, 4월 1일 오후 3시56분 촬영된 사진에서 아기 발목의 식별띠가 벗겨져 있던 점이 ‘아기 바꿔치기’를 뒷받침하는 간접 증거가 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 의견은 달랐다. 바꿔치기 혐의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A양이 석씨 딸임은 확인이 됐지만 아이를 바꾼 혐의까지 인정될 순 없다고 봤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6월 16일 석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석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목격자 진술, CCTV 영상 같은 직접 증거가 없는 점이 영향을 줬다. 김씨 친딸의 행방과 숨진 아이의 친부가 밝혀지지 않은 점도 파기 결정을 끌어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동기나 목적을 입증해야 한다. 사라진 아이의 행방과 숨진 아이의 친부, 석씨가 출산 사실을 부인하는 이유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편 동생을 자신이 낳은 딸로 알고 키우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김씨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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