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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채 버려진 포메 안으니…유기견의 슬픈 샴푸향 [개st하우스]

반려견 사연 그리는 웹툰 작가 이선씨의 리얼 유기견 구조기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만날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네이버웹툰 '개를낳았다'의 이선 작가가 직접 구조한 유기견 포메라니안을 안은 모습. 네이버웹툰 갈무리

“어느 날 산책하던 중에 도로 위에서 뒷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는 하얀 유기견을 발견했어요. 뼈가 부러졌는지 다리가 덜렁거리는데 딱 봐도 이건 심각하구나 싶었어요. 웹툰 속 사연 같은 일이 제게 벌어지다니…. 아파서 비명을 지르는 아이를 보며 꼭 구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이버 웹툰 ‘개를낳았다’ 이선 작가

외딴 산길에 버려진 포메라니안(포메)의 왼쪽 뒷다리는 완전히 두 동강 난 상태였습니다. 뼈를 이어붙이려면 거액의 치료비가 필요합니다. 견주는 치료비를 내느니 새 강아지를 사야겠다고 생각했을까요.

때마침 위기의 유기견을 발견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반려견과 유기견의 다양한 사연을 그린 네이버웹툰 ‘개를낳았다’를 연재하는 이선 작가입니다. 이 작가는 다리가 부려진 채 버려진 포메의 치료와 회복을 돕고 이후 입양자를 찾는 2개월여의 노력 끝에 포메에게 새로운 가족을 선물하는데 성공합니다.

웹툰보다 더 웹툰 같은 2살 포메와 이선 작가의 구조기를 소개합니다.



"다리가 부러진 채 버려진 유기견을 구조했어요"

이 작가는 경기도 양주의 한 전원주택에서 포메라니안 불광이 등 세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불광이는 ‘개를낳았다’ 주인공 명동이를 꼭 닮았습니다. 반려견 웹툰을 그리는 그에게 이곳은 보금자리이자 작업실, 영감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지난 6월 9일, 웹툰 마감을 앞둔 이 작가는 집 근처 도로변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시골길을 따라 2㎞쯤 걷던 중 이 작가는 개 한마리와 마주칩니다. 5㎏밖에 안 되는 새하얀 포메라니안이었죠. 동네 반려견들을 모두 꿰고 있는 이 작가도 처음 보는 낯선 녀석. 자세히 보니 왼쪽 뒷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었습니다. 다리가 부러진 듯 했습니다.

버려진 포메라니안의 왼쪽 뒷다리는 완전히 두조각 나 있었다. 이선 작가 제공

그대로 두면 로드킬을 당할 게 뻔했던 터라 이 작가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녀석을 품에 안았습니다. 뜻밖에 포메에게서는 향긋한 샴푸향이 났습니다. 사실 포메는 유기견이라기에는 잘 관리된 상태였습니다. 전날 애견 미용을 받은 듯 털도 가지런하고 깨끗했죠. 길을 잃었나? 그렇다면 가족이 애타고 찾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작가는 “견주를 찾으려고 인근 애견놀이터 등에 전화번호를 남겼지만 연락이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포메는 골절된 다리가 아픈지 품에 안긴 내내 비명을 질렀답니다. 이 작가는 친언니의 도움으로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포메의 안타까운 속사정을 듣게 됩니다.

“유기견 그려서 번 돈으로 구해주고 싶었습니다”

검진 결과, 포메의 뒷다리는 부러진 채 며칠이나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포메의 샴푸향이 말해주는 건 포메가 다친 뒤 견주가 포메를 씻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치료는 해주지 않은 채 말입니다. 수의사는 부러진 뼈를 이어붙이려면 스탠드(철심) 삽입술이 가능한 대형 동물병원을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술비만 250만원. 펫숍에서 비슷한 크기의 포메 3마리를 살 수 있는 큰돈입니다. 예쁘게 미용은 해주면서도 정작 부러진 다리는 방치한 걸까요? 진짜 그런 거라면 견주에게 포메는 어떤 존재였던 걸까요?

다친 유기견을 구조하면 어려운 과정을 감당해야 합니다. 당장의 치료비도 부담스럽지만 이후 회복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부상 이력으로 인해 입양모집도 순탄치 않죠. 밤낮없이 작품 마감에 쫓기는 웹툰 작가에게는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가는 포메를 유기동물센터에 입소시키는 대신 가족 도움을 받아 직접 구조하기로 합니다. 그는 “유기견을 그려 돈을 버는 사람이니 받은 만큼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아픈 포메가 최고의 치료를 받도록 해줬다”고 설명합니다.

포메의 부러진 다리뼈에 스탠드를 삽입한 모습.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선 작가 제공

포메는 무사히 수술을 받고 작가의 세 반려견과 합사에도 성공합니다. 그 뒤 상처가 아물고 새 가족을 만날 때까지 이 작가와 살게된 녀석. 이 작가는 포메에게 다애(多愛)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한번은 버림받았지만 다음에는 더 많이 사랑해줄 가족을 만나라는 뜻입니다.
다리 수술을 무사히 마친 포메(맨 왼쪽)는 작가의 세 반려견과 합사에 성공했다. 이후 새 가족을 만날 때까지 임시보호를 받았다. 이선 작가 제공

이선 작가 제공

신청자 줄줄이 연락두절...웹툰 작가도 괴로웠던 입양자 모집

수술 1개월 뒤 다애는 산책이 가능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성격이 유순하고 배변패드 사용에도 능숙해 임시보호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답니다. 때가 됐다고 판단한 이 작가는 다애의 사연을 만화로 그려 팔로어 5만명인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습니다. 입양자를 모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선 작가는 다애의 입양자를 모집하기 위해 10컷 만화를 그렸다. 이선 작가 제공

그러나 많은 애견인의 응원을 받는 웹툰 작가조차 입양자를 찾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1주일새 11건의 입양신청이 들어와 최종 4명의 후보자를 추렸는데 막상 입양절차를 밟으려고 하자 후보자들은 “더 불쌍한 개를 입양하기로 했다”며 입양의사를 철회하거나 연락을 끊었습니다. 돌봄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애를 향한 관심도 식어갔죠.

이 작가는 “후보자들의 연락을 기다리느라 한동안 휴대전화를 붙들고 잠들었다. 변심한 분들에 밀려 탈락했던 다른 지원자들에게 많이 미안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지요.

구조 2개월만의 입양길…다애의 해피엔딩

지난달 26일 국민일보는 양주에서 임시보호 중인 다애를 만났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다애의 입양을 돕기 위해 11년차 행동전문가 미애쌤이 함께했습니다. 덕분에 웹툰 주인공 명동이를 꼭 닮은 6살 반려견 불광이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웹툰에서 튀어나온 듯한 반려견 불광이와 이선 작가의 모습. 이 작가는 "이런 구도로 찍어야 잘 나온다"며 기자의 휴대전화로 직접 다애를 촬영했다. 최민석 기자

다애는 행동전문가 곁에 앉아 간식을 요구하는 등 사회성이 뛰어나더군요. 다만 산책을 앞두고 목줄이나 하네스(가슴줄)를 착용하는 것을 무서워했습니다. 미애쌤은 반려견 어깨 높이의 발판을 매개로 한 터치교육을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반려견이 발판 위에 발이나 얼굴을 올려놓을 때만 칭찬하고 목줄 착용을 시도함으로써 신체접촉의 주도권을 반려견에게 넘겨주는 방법입니다. 해당 교육을 30분쯤 반복한 뒤 다애는 하네스를 차분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목줄 착용을 무서워하는 다애의 교육 모습. 스스로 사람 손에 얼굴을 올려놓을 때에만 목줄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신체접촉의 주도권을 반려견에게 넘겨주는 방식이다. 최민석 기자

미애쌤은 “터치교육을 응용하면 목줄 착용 외에도 다친 부위에 약을 바르거나 양치질을 하는 것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사 출고를 며칠 앞두고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충북 영동의 50대 부부가 다애를 최종 입양하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입양자는 다애에게 사랑과 복을 많이 받으라라는 뜻에서 ‘바다’라는 새 이름을 지어줬답니다. 입양자가 보내준 영상 속 바다는 이제는 네 다리로 땅을 딛고 입양자 가족과 산책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위기에서 행복까지. 이선 작가와 포메의 생생한 구조기가 궁금하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성훈 기자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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