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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0원 치킨 응원합니다” 고물가에 소비자가 변했다

지난 8일 서울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40팩 한정으로 판매되는 두마리 후라이드 치킨 할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홈플러스는 두마리 9990원 행사를 진행했다. 이한결 기자

지난 13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의 한 코너에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목을 빼고 기다리는 건 ‘당당치킨’. 한 마리 6990원짜리 후라이드 치킨으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다. 줄을 서 있던 김모(42)씨는 “벌써 세 번째 재구매다. 물가가 너무 비싼데 집에서 튀기는 값보다 싸게 살 수 있고 맛도 괜찮아서 또 사러 왔다”고 말했다.

치킨이 뜨겁다. 2008년 이후 최대 폭으로 오른 고물가 시대를 맞으면서 1만원도 안 되는 최저가의 ‘마트 치킨’이 수많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소비자들은 ‘오픈런’을 불사하며 열광한다. 자영업자들은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발한다. 대형마트는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며 반박한다. 비싼 치킨 값은 대형 프랜차이즈 유통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까지 등장했다. 당당치킨을 둘러싼 논란은 ‘어떤 입장’이냐에 따라 첨예하게 갈리면서 부딪히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30일부터 지난 10일까지 42일 동안 당당치킨을 32만 마리 이상 판매했다고 14일 밝혔다. 1분에 5마리 꼴로 팔린 셈이다. 홈플러스도 예상치 못한 인기다. 당당치킨의 열기는 서서히 달아올랐다. 홈플러스는 ‘당당치킨’ 상표권을 등록하고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출시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자칫 대형마트가 치킨 자영업자와 가격 경쟁을 하는 모양새로 비칠까 하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업계는 2010년 롯데마트에서 최저가 치킨을 내놓았을 때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롯데마트는 당시 1마리에 5000원인 ‘통큰치킨’을 선보였었다. 자영업자들의 비판과 소비자 비난 여론이 빗발치면서 일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했었다.

지금은 12년 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고물가에 허덕이는 소비자들은 일단 환영한다. 예전과 달리 골목상권 침해라는 주장에 힘을 보태지 않는다. 홈플러스 매장마다 하루 30~50개를 한정판매하기 때문에 ‘골목상권에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핫이슈가 된 홈플러스 '당당치킨'이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에 진열돼 있다. 홈플러스는 생닭을 대량으로 직매입해 원가를 절감해 한 마리에 69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이런 반응에 힘입어 홈플러스 뿐 아니라 이마트(5분치킨·9980원)와 롯데마트(한통치킨·1.5마리 8800원)도 가세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물가 안정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사명감의 일환으로 준비한 것”이라며 “치킨 전문점은 배달 위주, 대형마트 치킨은 포장이라 소비층이 겹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소비자 사이에서 ‘프랜차이즈 치킨 값이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올해 상반기에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3사(교촌·bhc·BBQ)가 가격 인상을 단행할 무렵에 형성됐던 비판 여론이 다시 부상했다. 6990원에 팔아도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배달 수수료까지 내면 남는 게 없다’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그러나, 치킨 자영업자들은 억울하다. 치킨 전문점을 운영하는 최모(38)씨는 “실제로 남는 게 많지 않다. 배달료가 빠지고,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가져가는 돈이 적지 않다”면서도 “대기업까지 치킨 시장에 뛰어들면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유통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한 치킨 전문점 운영자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자회사를 만들어 생닭, 기름, 양념까지 전부 도매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지금의 구조로는 자영업자가 가격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구조 개혁이 없다면 이 싸움에서 자영업자만 ‘패배자’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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