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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할인율이 70%”… 20년째 반복된 ‘먹튀 참사’ 공식

머지포인트·루나 사태 이어 에바종 파문
‘파격혜택’ 내세운 폰지사기 20년째 반복
“비상식적 혜택엔 경각심 가져야” 경고


온라인 호텔 예약 대행업체 ‘에바종’이 약속된 숙박권을 지급하지 않는 등 ‘먹튀’ 조짐을 보이자 소비자 주의보가 내려졌다. 지난해 머지포인트 사태와 지난 5월 암호화폐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또 다른 ‘먹튀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팔거나 실현 불가능한 수익률을 약속하는 업체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에바종 운영사 본보야지에 대해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지난 11일 발령했다고 밝혔다. 일방적인 계약해제·위약금청구·계약불이행이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바종은 호텔예약을 대행해주는 업체다. 정가보다 최대 70% 할인된 가격에 국내외 호텔·리조트 상품을 팔아왔다. 국내 다수 호텔의 헬스클럽 등 운동시설을 무제한 이용 가능한 피트니스 이용권(3개월)은 최저 77만원에, 주요 특급호텔을 2주마다 2박 3일씩 이용 가능한 ‘호텔패스’는 연 1055만원에 판매했다. 박리다매식 영업이라고 해도 터무니없이 가격이 저렴했다.

에바종의 이 같은 수법은 최근 폰지사기 논란을 일으킨 머지포인트, 테라·루나와 매우 흡사하다. 머지포인트는 제휴업체에서 자사 포인트로 결제할 경우 2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입소문을 탔다. 머지포인트 회원자격을 1년간 유지하게 해주는 ‘연간권’을 저렴한 가격에 팔아 고액 결제자를 늘렸다. 하지만 회원을 늘려가다 돌연 대부분 업체와 제휴 관계를 해제하고 사실상 ‘먹튀’했다. 일부 소액 피해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55만명이 2500억원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암호화폐 루나·테라를 발행한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도 자신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알고리즘’을 내세워 연 20%의 수익을 무조건 보장한다며 투자를 독려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이 두 코인의 가격은 폭락해 휴짓조각으로 전락했다. 시가총액 57조원이 허공에 증발했다. 국내에서만 투자자 28만명이 피해를 봤다.

비슷한 사건은 오래전부터 반복돼왔다. 2002년 모든 물건을 반값에 판매한다는 ‘하프플라자’는 수개월 만에 대표가 자금을 들고 잠적, 피해자 15만명을 양산했다. 2012년에는 휴대전화를 구매하면 거액의 현금성 인센티브(페이백)를 지급한다는 휴대폰 판매업체 ‘거성 모바일’이 23억원의 피해를 냈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비현실적인 수익률이나 할인 혜택을 내세우는 폰지사기 구조를 띤다는 점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14일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 등이 절실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폰지사기는 구조적으로 후발참여자들이 손실을 떠안도록 설계되므로 소비자 스스로 이런 위험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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