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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꾼 몰리자 안락사… 바다코끼리 ‘프레야’의 비극

노르웨이 어업국 안락사 조치
“구경꾼들 거리두기 권고 무시”
SNS선 “어리석은 결정” 성토

바다코끼리 ‘프레야’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해안에 정박된 배 위에서 볕을 받으며 잠을 자고 있다. AFP연합뉴스

노르웨이 정부가 수도 오슬로 해안으로 수많은 구경꾼을 불러 모은 바다코끼리 ‘프레야’를 안락사 조치했다. 거리두기 권고를 무시하는 구경꾼들에게 해를 입힐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노르웨이 정부는 안락사 이외의 다른 방안을 모색했지만 계속해서 몰려드는 구경꾼들의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아 결국 최악의 선택을 했다.

AP통신은 14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어업국이 안전에 대한 지속적 위협에 대한 평가를 근거로 ‘프레야’를 이날 오전 안락사시켰다”고 보도했다.

어업국은 “지난주 현장 감시에서 구경꾼들이 바다코끼리와 거리두기 권고를 무시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바다코끼리가 인간에게 잠재적으로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고, 동물복지도 지켜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프레야’를 안락사한 사유를 설명했다.

프랑크 바케 옌슨 어업국장은 “이번 결정이 대중적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지만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확신한다. 동물복지가 중요하지만 인간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어업국은 ‘프레야’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오슬로 해안에 지속적으로 찾아온 만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바다코끼리 ‘프레야’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해안에 정박된 배에 올라타고 있다. AP연합뉴스

바다코끼리 ‘프레야’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해안에 정박된 배에 올라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레야’는 체중 600㎏의 암컷 바다코끼리로, 지난달 오슬로 해안에 인간을 의식하지 않고 일광욕을 즐기거나 정박한 배를 옮겨다니며 올라타는 장면이 포착돼 유명세를 탔다. 북극 생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바다코끼리가 도심에 나타나자 오슬로 시민은 물론, 외지에서도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어업국은 구경꾼들에게 ‘프레야’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주변 해상에서 수영하거나 카약을 타지도 말라고 권고해왔다.

조개·굴·홍합·어류를 먹는 바다코끼리는 평소 인간을 공격하지 않지만, 휴식을 방해받거나 위협을 느끼면 거칠게 행동할 수 있다. 육중한 몸집과 상아처럼 긴 엄니를 가진 탓에 공격적으로 돌변하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해를 입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레야’는 이미 오슬로 해안에서 큰 몸으로 올라탄 배를 파손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프레야’의 공격을 받은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업국의 안락사 조치를 놓고 바케 옌슨 국장의 말처럼 반발 여론이 불거졌다. 살해보다는 오슬로에서 멀리 떨어진 그린란드나 북쪽 피오르드로 방생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바다코끼리 ‘프레야’에 대한 노르웨이 어업국의 안락사 조치를 항의하는 글이 15일(한국시간) 트위터에서 ‘#FreyaTheWalrus’(바다코끼리 프레야)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쏟아지고 있다. 트위터

트위터에선 ‘#FreyaTheWalrus(바다코끼리 프레야)’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애도와 반성의 글이 쏟아졌다. 자신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수학교사라고 소개한 트위터 이용자 ‘줄리아’는 “인간은 야생동물에 대응하면서 언제나 게으르고 이기적인 해결책을 선택한다”고 지적했다.

필명을 ‘패트릭’으로 쓴 이스라엘 트위터 이용자는 “프레야가 어리석게 행동한 인간(구경꾼) 때문에 어리석게 해결한 인간(노르웨이 어업국)으로부터 죽임을 당했다.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이 이 사건에 모두 담겨 있다”고 적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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