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 오지마!’ 미국 최고 부자 도시의 최악 님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작은 도시 애서튼(Atherton)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다. 7500명이 인구의 전부인 이곳은 한 가구가 평균 1에이커(4.05㎢)의 땅을 소유하며 엄청난 저택을 짓고 산다. 넷플릭스 CEO, 미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타 스테픈 커리, 미국 최대 밴처캐피털 소파이 CEO 등 엄청난 부자들만 모여 사는 도시다. 1가구의 1년 평균 수입이 무려 150만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이런 부자 도시가 미국 최악의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지역이기주의) 지역’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공장 묘지 등 혐오시설은 물론, 관공서와 경찰서, 타지역과 연결되는 다양한 사회인프라(SOC)까지 건설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T)는 “미국 부자도시 순위 2위인 애서튼 주민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여겨지면 똘똘 뭉쳐 모든 형태의 공적 결정에 반대한다”면서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사이에 위치해 다양한 SOC 건설이 필요한데도 주민들 반대 때문에 캘리포니아주는 건설공사에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엄청난 부자인 애서튼 주민들의 무기는 주정부 뿐 아니라 연방정부, 검찰청, 경제단체 등을 가리지 않고 거미줄처럼 연결된 인맥을 동원해내는 것이다. 이들이 주요 인사에게 보내는 이메일 한 장만으로도 지금까지 수 많은 공공시설 건설이 취소됐을 정도다.

최근에 있었던 일은 이 도시에 중산층이 거주하는 타운하우스 건설을 취소시킨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단독주택으로만 이뤄진 애서튼에 아파트는 아니지만 집이 옆으로 붙어있는 타운하우스가 세워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애서튼 주민들은 애서튼 시청, 캘리포니아주, 연방정부 등에 이메일 총공세를 펼쳤다.

애서튼 거주자인 넷플릭스 CEO 레이첼 웨트스톤은 시장에게 “타운하우스가 건설될 경우 우리 도시의 교통은 마비될 것” “타운하우스 짓느라 나무들은 뽑혀나가고 자연은 훼손된다” “불빛과 소음 공해로 기존 주민들이 고통받는다” “초·중·고 각급 학교가 과밀학급이 돼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등의 주장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그러자 이웃주민인 미국 최대 밴처캐피털 밴치마크사의 대표인 브루스 던리비도 가세해 “이 도시의 자연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편지를 보냈고, 주민인 다른 유명인사들도 속속 가담했다.

이들은 주정부에도 압력을 가해 “한가한 시골풍 도시인 애서튼에 타운하우스가 건설되면 더 이상 이곳은 시골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나 산호세처럼 혼잡한 도심이 된다. 주민들의 평화로운 주거환경이 이대로 파괴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타운하우스 건설 허가를 내준 애서튼시청과 캘리포니아주정부는 이 부자 주민들의 불평에 아직 어떤 결정도 내놓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태다.

NYT는 “현재 애서튼에는 딱 348채의 저택만 있다”면서 “7500에이커(30여㎢)에 달하는 도시 전체 면적에 비하면 기껏 50~100 가구가 살 수 있는 타운하우스가 건설된다고 도시 풍경이 바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애서튼 뿐 아니라 바로 인근의 팔로알토, 버지니아주 매클린 등 부자 도시들이 해당 주의 SOC 건설과 발전을 막는 최대 방해자”라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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