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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100일] 첫발도 못 떼고 좌초 상태인 ‘교육 개혁’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정부가 3대 개혁 과제로 내건 교육 개혁은 ‘교육 수장 리스크’로 출발도 하기 전에 좌초 상태다. 교육부가 ‘만 5세 입학’ 등 연이은 논란으로 학생·학부모를 비롯해 교육계 전반에서 리더십을 상실하면서 반도체 등 첨단인재 양성,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유보통합, 초등 전일제학교 등 핵심 과제들도 연쇄 타격을 입고 있다.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부 조직개편과 인사를 하던 도중 직을 내려놓은 후 교육부 내부는 어수선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내부 조직개편·인사와 맞물린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작업도 순탄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새 교육 수장이 취임하고 조직이 안정될 때까지는 개혁 추진 동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교육부는 전방위적인 저항에 직면해 있다. ‘만 5세 입학’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내놓은 ‘초등 전일제학교’는 교원 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초등 전일제학교는 방과후 과정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2025년 전면 도입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맞벌이 학부모 등의 수요를 반영해 초등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학부모 단체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부모단체간담회에서 박순애 전 부총리의 손을 뿌리치고 있다. 단체 대표가 발언 도중 눈물을 보이자 박 전 부총리가 달래려다 실랑이가 벌어졌다. 연합뉴스

교원 단체들은 업무부담 증가로 교사 본래의 교육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이 “오후 8시까지 학교에 잡아두는 건 아동학대”라고 연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취학 연령 하향 논란 등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교육부는 학부모 여론을 살피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인력 양성과 수도권 입학 정원 확대, 지방대 살리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등도 모두 맞물려 있다. 교육부는 초·중등 교육 예산으로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떼어 대학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시·도교육감들은 반대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도교육감 자리는 보수와 진보로 양분됐다. 부총리가 중심을 잡고 시·도교육감들을 설득해 나가더라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더구나 박 전 부총리 사퇴로 교육부-교육청 가교 역할 등을 하는 시·도교육청의 부교육감 인사도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전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작업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 교육부는 대학 사회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지방대들은 수도권 대학들의 첨단분야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고 있다. 학령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방대 소멸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를 풀어주되 비수도권 대학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통해 재정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설득 중이다. 하지만 비수도권 대학들은 “수도권 대학 정원의 빗장이 풀리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16일 “정부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여기저기 들쑤셔 놓고 뒷감당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중량감 있는 교육 수장을 되도록 빨리 임명해 정리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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