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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재료로 숭례문 단청 복구한 단청장, 정부에 9억 배상

2014년 숭례문 단청 칠이 벗겨진 모습. 국민일보DB

2008년 방화로 소실된 숭례문 단청을 복구하는 작업을 맡으면서 값싼 화학안료 등을 쓴 홍창원 단청장과 그 제자에게 법원이 9억여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부장판사 이민수)는 지난 10일 정부가 홍 단청장과 제자 한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공동으로 9억4550만40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홍 단청장과 한씨는 단청공사가 마무리된 2013년 2월부터 연5%로 계산한 지연손해금까지 약 14억원을 정부에 지급해야 한다.

홍 단청장은 2012년 8월부터 2013년 2월 숭례문 단청 복구공사를 맡았다. 홍 단청장은 문화재청에 전통 복원에 자신 있다고 밝혔지만, 전통 기법으로 단청 복구 작업을 해본 경험은 1970년 스승이 하는 공사에 참여했던 것이 전부였다.

복구 작업 초반 한 달 동안은 천연안료와 전통 접착제를 사용하는 전통 기법을 썼으나, 색이 잘 발현되지 않고 날씨가 추워지자 전통 접착제인 아교가 엉겨 붙기 시작했다.

그러자 홍 단청장과 한씨는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계약과 달리 화학 안료인 지당과 화학 접착제인 아크릴에멀젼을 썼다. 이들은 감리를 피해 주로 새벽 시간대에 작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단청은 복구된 지 3개월만에 벗겨졌다. 이에 정부는 2017년 3월 홍 단청장과 한씨를 상대로 숭례문 단청의 전면 재시공에 필요한 11억8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결정한 전통 재료를 사용해 단청공사를 시공할 의무가 있다”며 “화학재료의 혼합 사용은 그 자체로 정부가 계획했던 전통 기법대로의 숭례문 복원에 어긋나고 하도급 계약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홍 단청장과 한씨가 “문화재청과 협의한 방식에 반해 숭례문 단청을 시공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전통 재료로 시공한 일부 구간에서도 단청이 벗겨진 점, 문화재청이 홍 단청장에게 공사를 빠르게 완성해달라고 요구했던 사정 등을 고려해 이들의 배상책임을 80%로 제한했다.

민사소송과 별개로 홍 단청장은 2015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징역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형을 확정받았다. 문화재청은 2017년 홍 단청장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자격을 박탈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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