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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울 반지하만 혜택 주나” 빚탕감 이어 역차별 논란

서울시 ‘반지하 거주민 이주정책’에 공정성 논란
MZ세대 “서울 거주권 자체가 특권” 반발
전문가 “피해의식 이해하지만 기본권 보장해야”


공공임대주택 일부를 반지하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서울시의 ‘반지하 주민’ 이주 대책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청년층 일각에서 ‘특정 계층에만 서울 거주 혜택을 준다’는 역차별 주장이 나온다. ‘코인 빚투’ 실패 등으로 인한 대출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해주는 ‘빚 탕감’ 정책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이는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취약층 지원 대책이 잇달아 비난의 타깃이 되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반지하를 순차적으로 없애고 현재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이 추가 부담 없이 ‘고품질 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주거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20년간 재건축 시기가 도래하는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대폭 늘려 이곳에 반지하 거주민 일부를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준공 30년이 도래하는 서울 공공임대단지는 강남구 수서6단지, 강남구 대치1단지, 강서구 가양4·5단지 등이다.

“혈세로 서울 거주권 주나” MZ세대 불만

하지만 서울시 의도와 달리 MZ세대 내에선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거 약자를 돕는 데 공감하지만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공임대주택은 서울 시내 역세권 등 ‘목이 좋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최모(28)씨는 “서울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그나마 가까운 인천 부평구에 원룸을 얻고 통근하고 있다”며 “반지하가 위험하다면 서울 아파트를 줄 게 아니라 서울에서 벗어나더라도 안전한 집으로 옮기도록 유도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아등바등 모은 적금과 대출로 겨우 반지하를 탈출했는데 이제 와서 아파트를 준다니 허탈하다”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기면 훨씬 안전한 곳에 살 수 있는데도 반지하 주민의 ‘서울 거주권’을 세금으로 보장해줘야 하나” 등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빚투 탕감’ 이어 줄잇는 형평성 논란
취약층 지원 정책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이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정부가 암호화폐 ‘빚투 실패자’ 등을 대상으로 대출 원금이나 이자를 일부 감면한다는 정책을 발표했을 때에도 청년층 사이에선 “열심히 대출 갚으면 바보인가” “정부가 앞장서 도박을 장려한다” 등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폭우 피해에 급조된 정책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켜 ‘불공정 정책’에 민감한 청년층 불만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20만가구로 추산되는 서울 반지하 주민을 모두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는 앞으로 20년간 노후주택 11만8000가구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용적률을 높여 23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11만2000가구를 늘려 반지하 주민 등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다른 저소득층 공급 분량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설익은 정책 탓에 꼭 지원이 필요한 취약층을 위한 대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층 기회가 워낙 제한되다 보니 특정 계층에 혜택이 돌아간다 싶으면 반대급부로 자신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피해의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열악한 시설에 살지 않을 권리는 일종의 기본권”이라며 “경제적인 위치와 관계없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복지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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