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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음폐수 유출…제주 폐기물시설 8개월째 설치검사 ‘부적합’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음식물쓰레기자원화센터 입구. 문정임 기자

지난해 제주도가 무허가 폐기물 업체와 168억 규모의 음식물류폐기물 처리 계약을 맺어 논란(본보 2022년 4월 20일자 15면 참조)이 된 가운데, 해당 업체가 위탁 업무를 수행한 지 8개월이 다 되도록 환경부 지정 기관의 시설 설치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도는 무허가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이유에 대해 해당 업체가 악취 민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혀 왔는데 현장에선 음폐수 유출, 악취농도 기준 초과로 수개월째 시설 정상 가동 개시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경기도에 사무실을 둔 A업체와 ‘음식물류폐기물 건조화 처리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다.

A업체가 제주시 봉개동 음식물쓰레기자원화센터에 건조기 등 필요 시설을 직접 투자해 설치, 운용하면 제주시가 t당 9만5000원(음식물쓰레기)과 29만5000원(슬러지)의 처리 비용을 매달 지급하는 방식이다.

A업체의 계약 물량은 음식물쓰레기 1일 140t과 슬러지 33t이다. 계약 기간(2022년 1월 1일~2023년 12월 31일) 2년 간 계약 금액은 총 168억원에 달한다. A업체는 지난해 12월 시가동을 거쳐 올해 1월 정식 가동에 들어갔다.

그런데 취재 결과 A업체는 환경부 지정 기관이 시행하는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8월 현재까지 임시 가동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결과서에 따르면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지난 4월 제주시 봉개동 음식물쓰레기자원화센터를 방문해 A업체가 운영하는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시설 처리 공정 전반에 대해 설치 검사를 진행해 지난 5월 최종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시험원이 판단한 불합격 사유는 이송설비 음폐수 유출, 악취농도 기준 초과, 고형물 회수율 및 발효시설 수분함량 기준 미충족 등 총 4가지다.

지적 내용을 보면 음식물쓰레기가 입고되는 호퍼에서 파쇄기까지 이송 과정에 폐수가 새고, 악취 제거시설을 통과한 악취농도 기준이 허용 기준을 2배 초과했다.

음식물쓰레기에서 물기를 짜낸 고형물 회수율과 최종 건조물을 퇴비로 만드는 발효시설의 수분함량도 법정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시설을 관리하는 제주시는 음폐수는 폐수를 집수하는 곳에서 유출됐기 때문에 시설 보완이 이뤄지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악취 문제에 대해서는 검사기관의 기술 지원을 받아 조만간 시설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경부와 업계 관계자들은 위탁 업무가 개시된 지 8개월이 다 되도록 시설이 정상 가동을 못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한다. 대개 시설 설치 후 한두 달 이내에 설치 검사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정상 가동이 지연될 경우에는 시설 사용을 못 하게 되면서 계약이 파기되거나 처리비용 삭감이나 지연 지급 등의 페널티를 적용받게 된다.

현재 도는 폐기물처리시설이 수개월째 관련 법을 미충족하는 상황에서도 해당 업체에 처리 비용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해당 업체는 위·수탁 계약서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처리하기로 된 슬러지 건조화 사무도 지난 5월 중순까지 타 업체가 대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수탁 계약서에 포함된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사무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올해 생산분이 현재까지 한 차례도 외부로 반출되지 못한 채 내부에 쌓여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외부에서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가 애초 폐기물처리 경력과 허가가 없는 업체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취재 중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환경부가 폐기물처리 관련 법률을 매년 강화하면서 경력이 많은 업체들도 시설 설치와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주도가 무허가 역량 미달 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 자체가 많은 문제를 내포한 결정”라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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