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던 택시서 뛰어내려 숨진 여대생…운전자 2명 송치

경북 포항서 택시 뛰어내린 여대생 사망
마지막 카톡서 “기사가 말 걸어도 무시해”
택시기사와 뒷차 운전자 검찰 송치

지난 3월 4일 택시에서 뛰어내려 뒤따라오던 SUV에 치여 숨진 여대생의 유족이 올린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20대 여대생이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 뒤따라오던 SUV에 치여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운전자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포항북부경찰서는 17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택시기사와 SUV 운전자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여대생 A씨는 지난 3월 4일 오후 8시45분쯤 포항 북구 흥해읍 KTX 포항역 인근에서 택시에 탄 뒤 자신이 다니는 대학 기숙사로 가달라고 했다. 하지만 택시기사는 요청받은 대학 기숙사가 아닌 다른 대학 기숙사로 향했다.

A씨는 택시가 다른 곳으로 향하자 택시기사에게 행선지를 물으며 “차에서 내려도 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택시기사는 “갑니다”라고 말한 뒤 계속 다른 방향으로 운전했다. 그러자 불안감을 느낀 A씨는 차 문을 열고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렸고, 뒤따라오던 SUV에 치였다. 이후 A씨는 긴급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택시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행선지를 잘못 알아듣고 다른 대학 기숙사 방향으로 달렸다”고 진술했다. 택시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에는 목적지를 잘못 알아듣고 대답하는 택시기사의 육성이 녹음돼 있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와 수사심의위원회 논의 등을 거쳐 운전자 2명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당시 택시기사와 SUV 운전자 모두 제한속도인 시속 80㎞를 어기고 과속한 점이 고려됐다.

지난 3월 4일 택시에서 뛰어내려 뒤따라오던 SUV에 치여 숨진 여대생이 사망 전 남자친구에게 보낸 카카오톡 대화내용.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이 사건은 A씨의 남동생 B씨가 사고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리며 알려졌고,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B씨는 “누나는 택시가 빠른 속도로 낯선 곳을 향해가고, 말 거는 시도에도 기사가 미동도 없자 남자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극도의 불안감을 전달했다”며 “누나는 본인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남자친구는 전화기로 ‘아저씨 세워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누나의 목소리를 들었으나 여전히 택시기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A씨의 사망 전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B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택시를 탄 지 4분쯤 지났을 무렵 A씨는 남자친구에게 “택시가 이상한 데로 가”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남자친구가 “어디로?”라고 묻자 A씨는 “나 무서워. 어떡해. 엄청 빨리 달려”라고 했다. 또 “내가 말 걸었는데 무시해”라고도 했다.

불안감을 느낀 A씨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청원글에 따르면 남자친구는 A씨가 택시기사에게 “아저씨 세워주세요. 아저씨 세워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택시기사 응답은 들리지 않았고, 남자친구는 A씨에게 “기사를 바꿔 달라”고 말했다. 몇 초 뒤 ‘쿵’ 하는 소리가 들린 뒤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남자친구는 계속 A씨를 부르며 “그쪽으로 갈 테니 위치라도 말해줘” “경찰에 신고할게” 등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더는 답장이 없었다.

B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인과관계가 생략돼 우리 누나가 왜 그런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 사람들은 함부로 상상하고 이야기한다”며 “사고가 누나의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누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청원글을 작성한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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