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물가’… 영국 밥 굶고, 독일 원전 다시 돌리고

영국 런던의 한 가게에 "가격할인" 표시가 붙어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영국의 가계 살림까지 위협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출을 아끼기 위해 끼니를 거르는 상황이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14년 만에 9달러대로 최고치를 찍었다. 에너지 대란에 독일은 올겨울 탈원전 정책으로 정지 예정이던 원전 3기의 수명을 연장할 계획이다.

텔레그래프는 16일(현지시간) 내년 1월 영국의 전기와 가스 평균 요금이 월급의 6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너지 요금이 가계 살림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식료품 가격도 급등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르는 영국의 지난달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11.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영국통계청(ONS)은 17일 영국 7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10.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9.4%가 40년 만에 최고라고 했으나 한 달 만에 0.7%가 더 오른 것이다.

근원 CPI는 전년과 비교하면 최대 5.9%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근원 CPI란 가격 변동 폭이 높은 품목인 농산물과 원자재 등을 제외한 실생활에 필요한 항목들을 조사한 지수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영국인 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끼니를 거르고 있다.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타임스 온라인 공동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의 성인 16%는 지난 6개월간 지출을 아끼려고 정기적으로 끼니를 건너뛰었다고 답했다. 지난 8~9일 영국 성인 1717명 조사 결과 50%는 외식을 줄였고, 39%는 가게에서 물건이 비싸 도로 내려놓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실질임금은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명목임금에서 물가상승 효과를 제거해 산출하는 실질임금이 2분기에 작년 동기대비 3% 하락했다. 이 기간 상여를 제외한 평균 임금은 4.7% 상승했으나 치솟은 물가 상승률 탓에 각 가정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헝가리에 위치한 가스 파이프라인. 로이터연합뉴스

대서양 건너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도 9달러대로 급등해 14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 양)당 9.32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이날 천연가스 가격은 한때 9.388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격 급등의 요인을 전반적인 수요 증가와 겨울을 앞둔 유럽에서의 러시아산 에너지 대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올겨울 유럽 가스 가격을 60%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에 독일은 올겨울 에너지 대란을 대비해 남아 있는 원전 3기 수명을 연장할 계획이다. 올해까지 탈원전을 하겠다던 독일이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가 깊어지면서 원전 연장을 카드를 꺼낸 것이다. 현재 러시아는 독일에 대한 가스 수출을 80% 줄인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부 세부사항은 아직 논의 중이나 연말까지 폐쇄할 예정이었던 원전 3기의 수명을 일시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주요 요건이 충족됐다”고 밝혔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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