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만에 사라진 尹의 ‘청년’…“20대 목소리 듣고 있나”

100일 기자회견서 ‘청년’ 언급 없어
20대 100명에 청년정책 묻자...56명 “못한다”
각종 여론조사서도 20대 지지율 반토막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청년’은 쏙 빠졌다. 대선 출마 선언부터 대선 투표 그날까지 줄곧 청년을 강조해 온 윤 대통령은 17일 취임 이후의 성과와 소회를 밝히면서 청년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무관심’만큼 청년층의 지지도 빠르게 식고 있다. 17대 대선 이후 지난 대선에서 가장 많이 보수정당 후보에게 표를 줬던 20대가 윤 대통령에게 등 돌리고 있다. 국민일보가 만난 20대 청년 100명 중 56명은 윤석열정부의 청년 정책에 대해 “못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대선 D-100,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및 청년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청년들이 마음껏 뛰는 역동적인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청년층을 향한 윤 대통령의 구애는 출마 선언문에만 그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청년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마지막 선거 유세 장소로 청년들이 많이 방문하는 강남역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청년이 꿈꿀 수 있고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되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나오게 하겠다”며 “여러분과의 이 약속 정직하게 지키겠다”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난 뒤 청년을 대하는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청년층을 향한 제안이나 정책을 찾아볼 수 없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인턴기자들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대면·전화·서면 방식을 통해 20대 청년 100명을 인터뷰했다. ‘윤석열정부의 청년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56명이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2명만이 ‘잘하고 있다’고 했다.

경남 창원 출신의 직장인 송모(25·여)씨는 “취임 100일이면 청년 정책에 대한 윤곽이 나와야 한다”면서 “그런 게 전혀 없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이모(24·남)씨는 “지금의 청년 정책 기조는 실속도, 현실감도 없다”며 “청년도약계좌와 같은 실질적인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세종에서 사는 대학생 김지윤(24·여)씨는 청년 정책 대신 기득권을 위한 정책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갈수록 경쟁과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청년 정책이 소액지원이나 단기노동 위주로 나오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구의 대학생 최예진(24·여)씨는 “여성 청년들은 육아와 출산으로 사회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공공분야의 일자리는 줄이고 있고, 사기업 분야에선 기업 살리기 명분으로 오히려 청년 여성을 희생시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병사월급 200만원 인상, 청년 빚투 탕감 정책 논란 등을 문제 삼은 이들도 있었다.

서울의 이모(21·여)씨는 “정부가 내세운 청년 정책 중 알고 있는 사항은 병사월급 200만 인상뿐”이라면서 “이는 청년 정책이라기보다는 군과 관련된 정책이다. 전체 청년을 위한 정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인천 출신으로 9급 공무원인 A씨는 “청년 자립을 위한 정책이라는 말부터 잘못됐다”며 “청년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석열 당시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해 8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청년 싱크탱크 ‘상상23 오픈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긍정·부정을 떠나 윤석열정부가 청년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힌 응답자도 22명에 달했다. 현 정부의 청년 정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학생 강모(25·남)씨는 서면 답변을 통해 “질문을 받고 난 뒤 현 정부의 청년 정책에 무엇이 있는지 검색도 해보고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남 순천 출신 직장인 김모(28·남)씨는 “어떤 청년 정책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내 주변 사람들 반응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반면 평가하기 위해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응답자 20명이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경기 성남 출신의 대학생 박다희(22·여)씨는 “평가를 내리기에는 시간이 짧았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청년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김모(27·남)씨도 “시간이 걸릴수록 더 좋은 청년 정책이 나올 것”이라며 여전히 기대감을 낮추지 않았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월 15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열린 거점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어퍼컷 세리머니로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일보의 윤석열정부 청년 정책 평가 조사에 이어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냉담한 청년 민심을 볼 수 있다. 취임 100일 만에 청년 지지율은 그야말로 반 토막이 났다.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14일 발표한 MBC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매우긍정+긍정)는 24.8%에 그쳤다. 이 조사는 12~13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20대 표본 수는 164명이다.

KBS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20대의 16.1%만이 국정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매우 잘하는 편+잘하는 편)고 답했다.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여론조사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20대 166명이 이 조사에 응답했다.

두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KBS 조사 응답률은 18.7%, MBC 조사 응답률은 14.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앞서 20대 대선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대에서 45.5%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17대 대선 이후 보수정당 후보 중에서 20대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는 수치였다.

이찬규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김민영 인턴기자
이예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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