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 게장 즐기다 폐흡충증 걸릴라…“결핵·폐암 오인”

기침 객혈 흉통 등 증상 환자의 55% 민물 게 섭취

국내에선 ‘잊혀져 가는 기생충질환’…그래도 경각심 가져야

국민일보DB

민물 게장이나 가재즙 등을 즐겨 먹는 사람들은 폐 기생충질환인 폐흡충증(폐디스토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기침이나 객혈,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결핵이나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비슷해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진단이 늦어져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폐렴이나 폐농양, 기흉 등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국내에선 잊혀져 가는 기생충 감염병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폐흡충은 프라지콴텔이라는 약을 쓰면 대부분 제거된다. 환자 90% 이상이 기생충 약을 한 번만 복용해도 증상이 낫는다. 따라서 민물 게장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은 기생충 검사를 해보거나 기생충 약을 챙겨 먹는 것이 안전하다.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신종욱 교수와 성균관의대 공윤 교수 연구팀은 22년 동안 대규모 폐흡충증 진단 사례를 분석한 연구논문을 국제감염학저널(Journal of Infection) 최신호에 발표했다.

폐흡충증은 폐흡충이라는 기생충이 폐에 기생해 생기는 병으로, 민물 참게, 가재 등 갑각류를 먹고 흔히 감염된다. 증상이 결핵이나 다른 폐질환과 비슷해 정확한 진단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1982년부터 2003년까지 22년간 국내 병원에서 폐흡충증으로 진단된 685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폐흡충증을 진단하는 효소결합항원항체반응검사(ELISA)에서 97.1%(665명)가 양성 반응이 나타났으며, 44.4%(304명)가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세포 중 하나인 호산구 수치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또 폐흡충증 환자의 일부에서 가래(55.5%) 객혈(40.9%) 기침(39.6%) 흉통(34.3%) 피로감(11.4%) 악취(8.0%) 발열(5.5%) 등의 증상을 호소했으며, 이들 환자 중 55.2%는 민물 게장을 먹었다고 답했다.

25주 이상 폐흡충증 진단이 지연된 경우는 결핵, 폐암 또는 COPD로 오진한 이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욱 교수는 18일 “결핵이나 폐암 등과 유사한 증상이 있을 경우 민물 게 등 갑각류 음식을 먹었는지 꼭 확인하고 항체반응검사와 같은 면역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는 폐흡충증이 잊혀져가는 질환으로 인식되어 가지만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는 흔한 감염병”이라며 “폐암 폐결핵 등은 흔하지만 질환들이 유사한 임상 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감별진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질병을 처음 진단하는 시기에 폐흡충증을 감별 진단에 포함해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폐흡충증은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감염의 첫번째 중간 숙주는 다슬기, 두번째 중간 숙주는 민물 게와 가재, 새우 등이다. 민물 가재와 게를 생식하거나 불결한 조리법으로 섭취할 경우 감염될 수 있다.

몸에 들어간 폐흡충은 소장에서 횡경막을 뚫고 폐로 이동해서 기생한다. 더 큰 문제는 간혹 뇌에 자리를 잡기도 한다는 것이다. 폐까지 도달하지 못한 폐흡충의 일부는 척추를 따라 뇌 쪽으로 올라가고 뇌에 손상을 입혀 뇌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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