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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료 뜯으려 ‘꽃뱀 계획’…이은해, 재판중 울먹인 이유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지난 4월 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권현구 기자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31)씨와 공범인 내연남 조현수(30)씨를 수사하는 검찰이 이씨의 인천구치소 수용실을 압수수색해 자필 메모 등을 확보했다.

18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는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은해씨와 조현수씨의 8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이씨와 2016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교제한 전 남자친구 A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A씨는 이른바 ‘계곡 살인사건’이 일어난 2019년 6월 30일에도 이씨와 동거 중이었다.

A씨는 “이은해가 2019년 5월쯤 (사망한 남편) 윤씨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데 정리가 안 된다면서 윤씨에게 위자료를 받으려는 걸 조현수가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은해는 윤씨가 자신의 지인과 술을 먹도록 하고 모텔에 둘을 같이 재운 뒤 기습할 계획을 세웠다”며 “윤씨와 헤어지면서 위자료까지 받으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윤씨와 헤어지고 위자료를 받기 위해 A씨가 말한 계획을 세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처음으로 자기 행동에 대해 ‘인정’을 한 것이다.

이은해(오른쪽)와 사망한 남편 윤모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과정에서 검찰은 증거조사를 겸해 이씨가 구치소에서 작성한 메모를 공개했다. 그러자 이씨는 “검찰이 스토리를 짜보라고 해서 작성한 것”이라며 울먹였다.

메모에는 “A씨는 이은해·조현수가 피해자 윤씨를 상대로 위자료를 뜯어내려 계획했던 것을 알고 있었다. 이은해는 계획과 관련한 내용을 실행할 때마다 A씨에게 이를 보고했다”고 적혔다. 또 “A씨, 조씨의 당시 여자친구 B씨, 지인 C씨 등 5~6명이 모여 (이은해 관련)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빠져나갈지 논의한 적이 있다” “이은해·조현수의 내연관계를 눈치챈 A씨와 B씨가 다른 지인 2명과 만나 이씨·조씨에 대한 복수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두고 A씨는 “이은해가 누구에게 이야기를 듣고 썼는지 모르겠지만 절반 이상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가 이은해와 헤어지고 교류가 없던 동안 와전된 부분이 많다”고 부인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해당 메모를 접한 뒤 “나를 공범으로 몰고 간다는 느낌이 들어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검찰에서 스토리를 짜보라고 해서 실제 있었던 ‘위자료 계획’을 큰 틀로 잡고 가공한 내용을 적은 것”이라면서 “변호인에게 먼저 보여주려 했는데, 접견 날 아침에 검찰이 압수수색해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친구들이 제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고 하더라”면서 “당시 변호인 조력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배신감을 느껴 감정적으로 작성했다”고 울먹였다.

그러자 검찰은 “스토리를 짜보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면서 “참고인들의 진술이나 증거를 반박할 수 있는 의견을 작성하라는 취지였다”고 바로잡았다. 이에 이씨는 “검찰에 압수된 것 중 제가 조현수와 나눈 편지가 있다. 제가 편지에 ‘검찰이 스토리 짜오랬다’고 쓰니 조씨가 답장에 ‘스토리를 짜서 오래?’라고 되묻는 내용이 있다”고 항변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이 메모는 수사기관의 요구에 의한 것이지 절대 자의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니다”면서 “정작 검찰이 다른 증인들에게 이 메모를 제시하면서 계속 진술을 얻어내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재판부는 그러나 “그 부분에 대한 판단은 저희가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은해(왼쪽 사진)와 공범 조현수. 인천지검 제공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할 줄 모르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계획적인 범행을 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앞서 2019년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4월 경기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이씨와 조씨의 다음 공판은 19일 오후 2시에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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