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도 尹정부도, ‘수소’ 진흥만큼은 한마음 [리셋 에너지 안보]

<9> 에너지 안보의 미래, 수소

수소를 충전하고 있는 수소차

수소 에너지는 원전·재생에너지와 함께 윤석열정부 에너지 정책의 3대 축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정부 기조를 승계하는 거의 유일한 에너지 정책이기도 하다. 국정과제 21번에 녹인 수소 활성화 정책은 문재인정부의 ‘수소경제’와 큰 차이가 없다. 어떤 면에서는 더 전향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임기 내 새만금에 대규모 청정 수소 생산 시설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원전을 활용해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 개발 역시 전 정부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분야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봤을 때 자원 빈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수소를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생산 방안, 구체적으로 다룬다
다음 달 중 열릴 예정인 윤석열정부 첫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수소 활성화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향을 다룰 예정이다. 일단 생산과 유통, 활용 전 주기의 수소경제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큰 틀은 건드리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계획을 좀 더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월 발효하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법(수소법) 하위 법령과 관련한 세부 사항도 논의될 전망이다.

생산 방안의 경우 국내외 생산 기지 마련 방안을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일단 대내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하는 청정 수소인 ‘그린 수소’ 생산 실증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6년까지 10㎿급, 2027년까지 100㎿급 그린 수소 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대규모 시설인 100㎿급의 경우 새만금에 설치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그린 수소 생산 기지 격인 ‘에너지섬(가칭)’을 조성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이 밖에도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로 수소를 만드는 연구개발(R&D) 과제도 추진한다.

현대로템 수소전기트램

해외 수소 생산 기지 타당성 검토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에 해외 청정 수소 도입 기반 구축 사업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호주 등 주요 수소 생산국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방안도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2040년까지 모두 14개의 수소 항만을 조성하고 연간 1300만t의 수소를 해외에서 도입하겠다는 목표치를 세워 둔 상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소 만으로는 수요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보니 해외를 포함한 ‘투트랙’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수요 증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수소차다. 지난 6월 기준 수소차 보급 대수는 2만3413대로 전년 동월(1만4747대)보다 8668대(58.8%)나 급증했다. 향후에도 이런 속도로 보급 대수가 늘어나게 되면 연료인 수소 공급량이 사용량을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경기·인천본부가 지난 1일 발간한 ‘경기·인천 지역의 수소경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는 유동인구가 많고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 지역의 수소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평가했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2018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2050년 국내 수소 에너지 수요가 2015년(240만t) 대비 7배 이상 증가한 1690만t이 될 거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다양한 수소 활용 방안도 전방위 추진
유통의 경우 석탄화력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연료로 수소를 쓰는 방안이 다뤄진다. 연료에 수소·암모니아를 일정 비율 혼합해 쓰는 방식으로 석탄·LNG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도시가스에 수소를 혼합하는 실증 작업도 2026년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수소 운반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수소 액화 기술은 한국가스공사를 필두로 해 개발할 계획이다.

수소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안도 추진한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지닌 수송 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전 정부에서 추진해 온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 개발에 힘을 실어 준다는 방침이다. 수소버스와 수소트럭 등 상용차 보급과 함께 수소 선박·드론·항공 등의 R&D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산업 부문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철 분야나 석유화학·시멘트 공정 부문에 수소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탄소 제로’ 수소엔진 'HX12' 컨셉 이미지와 탑재 가능한 제품군.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제공

정부가 세계 최초 수소법 제정에 이어 정권 교체 이후에도 수소 진흥책에 힘을 싣는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안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원전 제외)는 2020년 기준 92.8%에 이른다. 국제유가 급등이나 예기치 않은 수입 중단 사태에 지극히 취약한 구조다. 수소의 경우 재생에너지와 함께 국내에서도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라는 점에서 안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2일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수소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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