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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강원도 산골에 모인 5천 관객을 사로잡았다

27일 계촌 클래식 축제 개막… 역대 최다 관객 방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7일 저녁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마을에서 열린 ‘제8회 계촌 클래식 축제’에서 윌슨 응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다. (c)nah seung yull-계촌 클래식 축제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등장만으로 관객의 뜨거운 환호성을 일으켰다. 야외 가설 무대를 가로질러 피아노 앞에 앉은 임윤찬이 윌슨 응(서울시향 수석 부지휘자)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해발 700m의 서늘한 강원도 산골에 모인 5000여 관객은 일제히 임윤찬에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3악장으로 이뤄진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은 20분 정도의 작은 규모지만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유명하다. 임윤찬은 지난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2022’ 무대에서 선배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지휘봉을 잡은 KBS교향악단과 협연해 관객을 사로잡은 바 있다. 27일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마을에서 열린 ‘제8회 계촌 클래식 축제’에서 임윤찬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를 바꿔 연주했지만, 여전히 차분하고 정교한 연주를 선보였다. 클래식 레볼루션 무대와의 차이점이라면 이날은 악장과 악장 사이의 ‘멈춤’이 거의 없이 연주됐다는 것이다. 곡 자체가 길지 않은 데다 자칫 ‘멈춤’에서 기침이나 박수가 이어지면 연주의 집중력이 흩어질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윤찬을 보기 위해 27일 계촌마을 별빛무대에 모인 관객 5500명은 계촌 축제 역사상 최다다. 위 사진은 7시에 시작되는 공연을 1시간 앞두고 객석을 이미 가득 채운 모습. 아래 사진은 공연 중 객석의 모습. (c)nah seung yull-계촌 클래식 축제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 이후 관객의 계속된 환호성에 임윤찬은 앙코르곡을 3곡이나 선보였다. 쇼팽의 ‘녹턴’ Op.9-2번, 라흐마니노프의 ‘라일락’,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등 앙코르곡들은 음악 문외한이더라도 언젠가 한 번은 들어본 듯한 친숙한 곡들이었다.

이날 임윤찬을 보기 위해 계촌마을 별빛무대에 모인 관객 5500명은 계촌 축제 역사상 최다다. 앞선 축제의 1000~1500명 정도의 4~5배나 되는 셈이다. 임윤찬에게도 그동안 경험한 관객 규모 면에서 최대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임윤찬은 연주 내내 무표정할 정도로 담담한 모습을 유지했다. 오히려 연주를 마치고 인사할 때는 엷은 미소를 띠었다. 이날 라흐마니노프의 ‘라일락’ 연주 도중 우는 어린아이를 부모가 데리고 나갔지만, 울음소리가 계속 들린 것은 야외 공연만의 해프닝이었다.

솔루스 오브 서울 브라스 퀸텟이 27일 오후 3시 계촌클래식공원에서 열린 계촌 클래식 축제 개막공연에서 연주하고 있다. (c)nah seung yull-계촌 클래식 축제

계촌 클래식 축제는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예술마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평창군, 계촌 마을과 함께 열어온 여름 축제다. 폐교 위기에 놓였던 계촌초등학교가 2009년 방과 후 활동으로 오케스트라를 만들면서 학교의 위기를 극복한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계촌 마을은 2015년 ‘예술마을 프로젝트’ 지역으로 선정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음악원 졸업생 중심의 파트별 강사진을 보내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계촌초등학교 및 계촌중학교 학생으로 이뤄진 ‘계촌별빛오케스트라’는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매년 계촌 클래식 축제의 개막을 책임지고 있는 계촌별빛오케스트라는 이날 3시 계촌클래식공원에서 열린 개막 공연에도 출석했다. 초등학교부는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천국과 지옥’ 중 캉캉과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OST 등을 연주했으며, 중학교부는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과 영화 ‘라라랜드’ OST 등을 들려줬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제대로 열린 계촌 클래식 축제는 올해 임윤찬의 출연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임윤찬의 출연은 이미 올 초 확정된 것이지만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지난 6월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며 신드롬을 일으키자 고민에 빠졌다. 계촌 클래식 축제의 경우 무료 야외 축제인 만큼 수용 범위 이상 대규모 관객이 몰리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축제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을 통해 신청 사연을 받은 뒤 채택된 사람에게만 예약권 2매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관객들이 올해 계촌 클래식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임윤찬의 공연을 좋은 자리에서 보기 위해 수 시간 전부터 줄을 서 있다. (c)nah seung yull-계촌 클래식 축제

유사원 현대차정몽구재단 예술마을축제 예술감독은 “7월 25일~8월 1일 1만 건 가까운 신청 사연을 받은 뒤 예약자로 5000명을 선정했다. 노쇼가 20% 됐지만, 공연을 보고 싶어서 그냥 오신 분들이 1500명 안팎이라 결과적으로는 5500명 정도 오셨다. 참고로 27일 열린 3개의 콘서트 관객을 누적하면 7000명이 넘는다”면서 “특히 올해는 평창군에서 예년보다 많은 1500명 넘게 공연을 보러 오셔서 기쁘다”고 밝혔다.

한편 계촌 27~28일 이틀간 열리는 계촌 클래식 축제는 2개의 무대에서 5개의 콘서트가 열린다. 첫날엔 임윤찬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그리고 계촌별빛오케스트라 외에 기타리스트 장하은, 솔루스 오브 서울 브라스 퀸텟,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 재즈 보컬리스트 조정희 도승은 이지민 등이 무대에 섰다. 그리고 둘째 날엔 한국인이 유난히 사랑하는 뉴에이지 뮤지션 유키 구라모토를 비롯해 첼리스트 홍진호,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첼리스트 주연선, 플루티스트 이예린 그리고 현대차정몽구재단의 클래식 음악 장학생들로 구성된 온드림 앙상블 등이 함께한다.

계촌=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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