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한테 아가씨?’…20대 생각은 [사연뉴스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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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알바생을 ‘아가씨’라 불렀다가 욕 먹었네요”라는 기사(본보 8월 29일자) 기억하시나요? 고깃집에 밥 먹으러 갔던 가족이 20대 초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자 알바생에게 “아가씨, 주문 좀 받아주세요”라고 했다가 알바생으로부터 ‘그렇게 부르지 말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기사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도 뜨거워서 댓글이 4600여개나 달렸습니다. 독자들 역시 ‘아가씨’라는 호칭이 충분히 불쾌할 수 있었다는 의견부터, 오히려 지적한 쪽이 과하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아가씨’라는 호칭이 불편하다는 사람들에게 ‘인터넷에서 사회생활 배웠냐’며 ‘넷사세(인터넷에서만 사는 사람)’라고 일침을 놓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는 20대의 생각은 어떨까요? 그들도 ‘아가씨’라는 호칭이 괜찮다고 생각할까요? 국민일보 인턴기자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굳이’ 저걸로 시비를?” vs “‘굳이’ 아가씨라고 부른다고?”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그래픽. 게티이미지뱅크

독자분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것처럼 20대의 생각도 서로 많이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20대 사이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아가씨라는 호칭까지 지적하는 건 과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고성웅씨(27·남성)는 “아가씨가 나쁜 말이냐. 오히려 ‘저기요’보다 높임 표현 아니냐”며 “굳이 저걸로 시비를 거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김유진씨(26·여성)도 자신의 알바 생활을 돌아보더니 “아가씨라고 불린 적은 한 번도 없네”라며 “식당에서 젊은 종업원 부를 때 아가씨라고 하시는 어르신들 본 적은 있는데, 우리도 그냥 ‘이모’라고 부르기도 하잖아. 나한테는 그런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라고 답했습니다.

대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백이면 백 ‘과한 지적’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대개 이들은 “별게 다 불편하다”는 반응이었는데요, 한 익명 게시판 이용자는 “요즘 세대야 아가씨라는 말을 안 쓰지만, 어른들은 예전부터 아가씨라는 말을 젊은 여자를 높이는 말로 많이 썼다”며 “저건 너무 무식하게 예민한 것 같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학생들이 주로 활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아가씨 호칭까지 지적하는 건 과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반대로 아가씨라는 호칭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서해진씨(25·여성)는 “‘여기요’ ‘저기요’ 같은 호칭도 있는데 굳이 아가씨 호칭은 썩 좋진 않다”며 “남자 어른이 일할 때 ‘아저씨 물주세요’라는 말은 안 하잖아?”라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또 대학생 김수영씨(24·여성)도 “아가씨라는 호칭은 성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며 “남성이 여성을 아랫사람 부르듯 부르는 말로 들린다”고 지적했습니다.

‘아가씨’ 호칭엔 설왕설래…하지만 나라면 ‘아가씨’ 안 부를 것
이처럼 20대들은 ‘아가씨’라는 호칭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호칭에 찬성하든 그렇지 않든 공통으로 동의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나라면 아가씨라고 안 불렀을 것’이라는 태도입니다.

이들은 아가씨의 사전적 의미와 별개로 ‘아가씨’라는 호칭이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들릴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직장인 이영배(26·남성)씨는 “내가 만약 일하다가 ‘어이 청년’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 주눅이 들 것 같다”면서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그냥 하나의 사람이자 알바생으로 대우받고 싶은데, 그 사람은 나이로 위아래를 설정하고 나를 대하는구나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김수영씨도 “사전적 의미와는 별개로 중년 남성이 여성을 아랫사람 부리듯 부르는 말로 들린다”고 했습니다. 고성웅씨도 “굳이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쁘다는데 ‘아가씨’라는 호칭을 쓸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호칭이 중요한 게 아니라 태도가 중요하다는 이들도 있었는데요. 서해진씨는 “떠올려보면 (나한테) 아가씨라고 부르는 사람치고 ‘아가씨 물 한 병만 주시겠어요?’하고 정중하게 물어보는 사람들은 없었던 것 같다”며 “‘아가씨 여기 물’ 아니면 ‘아가씨 여기 물 한 병만’ 이런 식이었다. 호칭 자체도 문제이지만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호칭은 관계의 문제…상대 배려하는 마음 필요해”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그래픽.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도대체 식당 알바생은 어떻게 불러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앞선 사연뉴스에선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책자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를 토대로 “손님이 직원을 ‘젊은이’ ‘총각’ ‘아가씨’로 부르는 것은 나이 차이나 손님으로서 갖는 사회적 힘의 차이를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고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이 책자 발간에 참여한 안병섭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는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언어는 단어의 모양이 변하는 경우도 있고, 의미가 조금씩 변하는 경우도 있다”며 “여기서 의미란 어감이나 정서적, 사회적 의미를 모두 포함하는데 사전에는 그 의미까지 다 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안 교수는 “전통적으로 ‘아가씨’라는 말은 상대를 존중하는 말로 써왔다”면서 “사회적으로 아가씨라는 말이 높임의 표현에 있다가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분에 대한 호칭으로 쓰이면서 사회적인 불쾌감이 생겼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호칭은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예의이자,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며 “젊은 세대에서 그 단어에 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내가 그렇게 불렀을 때 상대가 불쾌하거나 마음이 편치 않으면 그 호칭을 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아가씨’라는 호칭을 피하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요? 안 교수는 이런 태도에도 선을 그었습니다. 안 교수는 “어떤 호칭에 대해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로 규정할 수 없다”면서 이러한 갈등이 원인을 ‘세대 간의 차이’로 규정하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안 교수는 “과거에 비해 세대간 문화나 생활에 너무 분명하게 경계선이 그어지면서 (세대별로 쓰는) 언어 자체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세대 간의 소통을 확보할 수 있는 언어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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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사회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20대 역시 ‘아가씨’라는 호칭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알바생’으로 하대 받았던 기억을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20대 청년은 알바생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사용하는 호칭보다 부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안 교수도 결국 ‘무엇으로 부를까’보다 중요한 것이 ‘소통의 방법’이라고 했는데요. ‘아가씨’라고 부를까 말까 고민하기에 앞서 오늘만큼은 사회 곳곳에서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에게 먼저 “안녕하세요”하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서민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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