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페가 필리핀에 안착한 비결은?…“모든 것은 하나님이 하신 일”

개업 1주년 필리핀 히즈빈스 카페의 열매

‘히즈빈스 퀘존점’에서 일하는 장애인 바리스타들과 한국인 직원들이 찍은 단체사진. 밀알복지재단 제공

카페의 성공을 장담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원래 정한 개업 시기는 2020년 3월이었으나 코로나19 탓에 무기한 연기해야 했고, 이듬해 7월 30일 드디어 문을 열었지만 코로나 확산세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필리핀 정부가 한때 통행 금지령을 내리면서 카페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시기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카페에서 일의 보람을 느끼고 삶의 생기를 되찾은 장애인 바리스타들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결국 이 카페는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언젠가부터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271㎡(약 82평) 크기의 매장엔 요즘 평일엔 100명, 주말에는 150명 넘는 손님이 찾고 있다.

카페는 바로 필리핀 퀘존 지역에 있는 ‘히즈빈스 퀘존점’이다. 히즈빈스는 ㈜향기내는사람들이 2009년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든 커피 전문점이다. 퀘존점은 향기내는사람들과 밀알복지재단,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합작한 히즈빈스의 첫 해외 지점으로, 현재 이곳엔 필리핀 국적의 장애인 바리스타 7명이 근무하고 있다.

청각 장애가 있는 바리스타 알잔 아카하씨가 ‘히즈빈스 퀘존점’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청각 장애인인 알잔 아카하씨는 가게가 문을 열 때부터 이 카페와 함께한 ‘원년 멤버’ 중 한 명이다. 그는 5일 국민일보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카페 취업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월급을 모아서 오토바이를 살 생각이에요. 가족이 머물 집을 새로 짓는 일에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히즈빈스에서 많은 걸 배웠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직접 카페를 차리는 게 꿈이에요.”

인터뷰에는 아카하씨처럼 카페에서 일하는 장애인 바리스타들을 비롯해 현지에서 이들과 동고동락하는 한국인 직원들, 한국에서 히즈빈스 퀘존점을 지원하는 밀알복지재단 관계자 등도 함께했다.

발달 장애가 있는 조슈아 인판타도씨는 “과거에도 카페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장애인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히즈빈스에서 일하면서 매일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히즈빈스 퀘존점 운영을 총괄하는 이는 밀알복지재단 소속인 김기훈 프로젝트 매니저다. 김 매니저는 “필리핀에서 K팝의 인기가 대단한데, 우리 카페를 찾으면 한국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 덕분에 많은 손님이 찾는 것 같다”면서 “유명 블로거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 사회의 장애인 인식 개선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영 매니저는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 아버지를 둔 직원이었다. 그는 “기독교인으로서 약자를 돕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부모님이 그랬듯 나 역시 누군가를 돕는 일에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30일 필리핀 퀘존 지역에 문을 연 ‘히즈빈스 퀘존점’. 밀알복지재단 제공

히즈빈스 퀘존점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장애인 바리스타들은 두 팀으로 나눠 각각 9시간씩 일을 한다. 2024년에는 필리핀에서 새로운 매장을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권해란 밀알복지재단 대리는 한국에서 히즈빈스 퀘존점을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는 코로나 탓에 올해 5월이 돼서야 카페를 처음 방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권 대리는 “가게에 갔을 때 손님들이 북적이는 걸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카페가 자리를 잡기까지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돌이켜 보면 기적처럼 여겨지는 순간의 연속이었고, 그럴 때마다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곤 했습니다. 모든 건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나님의 역사에 쓰임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이 일을 하고 있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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