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볼 수 있나요?” 위장수사 1년, 디지털 성범죄자 261명 잡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위장수사 가능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로 제한
‘온라인 수색’ 필요성 목소리도

국민일보DB

대학 친구 사이인 A씨와 B씨는 지난해 4월 텔레그램에 채팅방을 개설했다. 이후 ‘자료 6000개 보유 중. 텔레그램으로 연락주세용~’이라는 게시물을 트위터에 올려 호객행위를 했다. 채팅방에 입장하려면 신분증을 제시하고 입장료로 4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 핀번호를 전송해야 했다.

이 방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던 경찰은 신분을 속여 문제의 채팅방에 잠입했다. 이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337개가 유포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위장 수사로 두 성착취범은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각각 징역 3년 6개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9월 24일부터 약 1년간 위장수사(신분위장·신분비공개) 183건을 실시해 모두 261명(구속 22명)을 검거했다고 22일 밝혔다. 범죄 유형별로는 성착취물 판매·배포·광고 179명, 소지·시청 73명, 제작·제작알선 3명이다.

위장수사는 지난해 9월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신분을 위장한 수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가능해졌다. 위장수사에 참여했던 한 경찰은 “압수수색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증거물을 위장수사를 통해 수집할 수 있었다”며 “공범 추적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계와 과제도 있다. 우선 현행 위장수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로 범위가 제한돼 있다. 다른 수사관은 “수사 초기에는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지 성인인지 알 수 없고, 성인 피해자가 겪는 고통도 상당해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범죄의 진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문제다. 앞선 채팅방처럼 성착취물이 한 곳을 거점으로 유포·재생산되면 위장수사가 효과가 있다. 반면 최근에는 채팅방 ‘폭파’와 재개설을 반복하며 경찰 수사를 따돌리는 경우가 늘었다. 신분증과 함께 불법촬영물까지 요구하는 등 잠입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사이버범죄 팀장을 지낸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성착취범들은 경찰 수사의 약점을 이미 간파했다”며 “범행 수법은 더 교묘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n번방 사태를 거치면서 범죄자들이 수사 기법을 학습했다”며 “기록이 남지 않는 다크웹으로 홍보하고 가상사설망(VPN)으로 영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쫓을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법적 해킹’으로 불리는 ‘온라인 수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는 수사기관이 수사대상의 전자기기를 확보해야만 그 속에 담긴 정보를 수사할 수 있지만, 온라인 수색이 도입되면 전자기기에 몰래 접근해 저장된 정보를 강제로 수집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현행 위장수사는 가해자들이 속지 않거나 자취를 감춰버리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온라인 수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성인 대상 성착취 범죄로 위장수사 범위 확대 등이 논의되는 만큼 제도를 보완해 ‘한국형 위장수사 제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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