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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말고 ‘찐’이 돌아왔다… ‘이정재표’ X세대 낭만·욕망 담은 ‘젊은 남자’


돈이 없어도 젊음이 있다. 1994년 개봉한 영화 ‘젊은 남자’가 28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80년대를 선도한 스타감독 배창호 감독이 기획한 이 작품은 X세대의 청춘을 경쾌하게 그렸다. 영화가 그리는 청춘은 무모하지만 낭만적이다. 청춘이 느끼는 방황, 좌절, 성공에 대한 욕망까지 다채롭게 담아냈다. 이미 청춘이 지나간 사람도, 아직 청춘을 살고 있는 사람도 청춘을 되새겨볼 수 있는 작품이다. 글로벌 스타인 배우 이정재는 이 작품으로 스크린 데뷔를 했다.


청춘은 원점에서 시작한다. ‘젊은 남자’의 주인공 이한(이정재)도 마찬가지다. 스타를 꿈꾸는 이한은 좀처럼 뜰 기회를 잡지 못한다. 마음대로 되는 게 없지만 한은 좌절하지 않는다. 청춘을 즐기며 언젠간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춤을 추고 술을 마시며 걱정을 잠시 내려놓는다. 영화는 90년대의 자유분방했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나 뉴트로에는 없는, ‘진짜’만이 가진 리얼함이 있다.

한은 멋을 아는 남자다. 올백 머리에 초크 목걸이, 가죽 재킷 등을 입은 그는 한 손에 항상 담배를 들고 있다. 그는 자유분방함 그 자체다. 낙천적인 면모도 있다. 광고모델이 될 기회를 여러 차례 잡지 못했지만 그는 “로마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어. 나도 할 수 있어”라며 자신감에 넘치는 미소를 짓는다. 그의 즉흥적인 성격은 여자관계에서도 드러난다. 한은 재이(신은경)와 사귀면서도 승혜(이응경)에게 마음을 준다. 그렇다고 작정하고 양다리를 걸치는 건 아니다.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한다.


주변 인물의 모습에서는 당시 유행했던 오렌지족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을 위해 과감히 소비하고, 개방적인 성(性)을 즐기는 부유층 젊은이였다. 방학 땐 하와이 여행을 가고, 독일제 차를 즐겨 탔다. 영화에서는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다양한 올드카가 등장한다.

러닝타임 내내 한은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비록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그는 지금 당장의 젊음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다만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한을 통해 부와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시대상도 담았다. 한은 승혜 덕분에 어렵사리 광고 모델이 될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기껏 잡은 성공의 동아줄을 놓치게 될 위기에 처하자 한은 사람까지 죽이게 된다.


이정재는 이 작품에서 X세대 그 자체였다. 매력적인 외모, 다소 건들거리면서도 남성적인 한의 모습은 이정재로 인해 완성됐다. 한이 살인을 저지르고도 성공만을 꿈꾸며 소름 끼치게 웃는 장면에서 이정재의 연기력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젊은 남자’는 당시 연기 경력이 1년밖에 되지 않던 그를 X세대의 아이콘으로 등극하게 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찍은 후 이정재는 드라마 ‘모래시계’로 스타가 됐다.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끊임없이 변신했다. ‘오징어 게임’ 이후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가 됐다. 올해 미국 에미상에서 이정재는 아시아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돌아온 ‘젊은 남자’는 10월 12일 개봉할 예정이다. 배 감독은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그는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젊은 남자’ 재상영 시사회에 참석해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고, 성취욕이 뚜렷한 젊은이를 가리켜 X세대라고 했다”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젊은이들과 호흡을 같이 하기 위해서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형적인 것은 나의 젊은 시절과 다르더라도 내가 20대에 가졌던 꿈과 갈망, 방황, 성급함 이런 건 (X세대와) 같았다”며 “요즘 젊은 관객들도 마음만은 본질적으로 같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 작품을 다시 개봉하게 됐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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