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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전부터 삐걱대는 국가교육위를 바라보는 3가지 우려

책임 회피용 기구 전락 우려
정치·이념 투쟁의 장 될수도
“독립성·지속성 보장 어려운 기구”

이배용 초대 국가교육위원장. 뉴시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27일 출범한다. 대통령·교육부 장관에게 교육 정책을 자문하는 수준의 과거 위원회들과는 위상이 다르다. 국가 교육과정과 대입제도 같은 민감한 교육 정책을 결정·실행하도록 법으로 규정한 기구는 사상 처음이다. 미래 세대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거대한 실험’이지만 출발도 전에 정치권 입김이 개입되면서 교육 백년대계 설계는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국교위에 대한 첫 번째 우려는 교육 정책 실패 시 정권·교육부의 ‘책임 회피용’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교육정책은 오롯이 정권과 교육부 책임이었으나 국교위 등장으로 책임은 분산된다. 국교위는 국가교육과정과 대입정책, 교원 정책 등 중·장기 정책을 담당한다. 국교위가 중·장기 정책을 세우면 교육부는 이를 구체화하고 집행한다.

예컨대 국가교육과정은 국교위, 교과서 정책은 교육부가 담당한다. 교과서는 국가교육과정을 기본 토대로 만들어야 한다. 교과서 내용 등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교위와 교육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좋은 구조다. 또한 중·장기 대입 정책은 국교위, 사교육 대책은 교육부가 담당한다. 잘못된 대입 정책 등으로 사교육비가 폭증한다면 교육부는 국교위 탓으로 넘기고 국교위는 팔짱을 낄 수 있다.

국교위와 교육부의 협업이 원활할 경우엔 이 같은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국교위 내부 의견 통일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배용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했던 인사다. 야당 몫 상임위원인 정대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고 김건희 여사 비판에 열심이었다.

더 큰 파열음은 정권 교체기에 나타날 수 있다. 위원 임기는 3년이고 1회 연임 가능하다. 현재는 대통령 추천 위원 5명을 포함해 친(親)정부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차기 정부 초반까지 교육 정책에 관여하도록 법이 보장하고 있다. 정권에 관계 없이 안정적인 교육 정책을 펴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 거꾸로 정권을 넘나들며 정치·이념 투쟁의 장으로 비화할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식물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교위는 지난 정부 시절 출범이 결정됐다. 현 정부로선 마뜩잖은 존재다. 국교위를 지원하는 사무처 정원을 31명만 배정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있다. 야당도 친정부 성향 인사가 다수인 국교위가 탐탁지 않을 수 있다. 정치색 짙은 인사들로 위원이 채워지는 바람에 합의된 정책이 나오기 어려워 ‘대입은 공정해야 한다’ 같은 뻔한 구호만 제시하는 기구에 그칠 수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권을 다시 잡는 걸 전제로 국교위법을 일방 추진하고 설계해 놓고 추천 인사도 ‘내 편’으로 채웠다”며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는커녕 정치적 독립성도 교육 정책의 지속성도 보장하기 어려운 기구”라고 비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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