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밖으로 머리카락 드러내면 천국에서 쫓겨나는 것?”… 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 시아파 강경 이슬람 한계 드러나나

이란 테헤란에서 발생한 시위의 모습. AP연합뉴스

“물라(mullah, 이슬람 학자)는 여성들에게 말합니다. ‘만약 한 여성이 머리카락을 히잡 밖으로 드러내 놓는다면, 그녀는 영원토록 천국 밖으로 드러내놓음을 당할 것’이라고요.”

최근 출간된 ‘이슬람 세계에 부는 바람’(도서출판 앗쌀람)에 등장하는 이란의 히잡과 관련된 일화다. 이 말을 전한 이란 여성 나디아(가명)는 “우리 공동체의 물라는 우리에게 우리가 이 세상에서 눈물을 많이 흘릴수록 천국에서는 더 큰 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울게 만드는 것은 물라들의 법과 규칙이었습니다”라며 강압적 종교 정책을 비판했다.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20대 이란 여성의 죽음에 항의하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26일 외신들은 “과거 어느 시위와도 극명하게 다르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란에서의 반정부 시위는 열악한 경제 상황 등을 이유로 과거에도 수차례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지난 수십년간의 정치적 탄압을 향한 분노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이면엔 강경한 이슬람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에 대한 반발이 깔려 있다. 시위대의 구호는 이를 분명히 하듯 이슬람 공화국의 신정통치를 끝장내자는 직접적인 구호들을 사용했다. 시위대는 이슬람 공화국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해 “독재자에게 죽음을” “히잡에 죽음을” “여성 생명 자유”라고 외쳤다. 하메네이는 신정(神政) 일치 국가인 이란 이슬람교 지도자로, 주요 국정 운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고 지도자다. 호메이니 사후 최고지도자(종교지도자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실질상의 원수)가 됐다.

영국 가디언은 “이처럼 많은 여성들이 히잡을 벗어던지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번 시위대는 폭력 정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전 세대에 걸쳐 참여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들이 눈에 띄게 많다. 이들이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위에 나선 것은 더 이상 잃을 게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이란 테헤란 현지에서 촬영된 시위대 모습으로 여성들이 히잡을 벗어 쓰레기통에 모아 불태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렇게 이란에서 반정부, 반이슬람을 향하는 시위가 격화된 것은 1979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정권을 잡은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메이니 새 정부는 국가를 위한 엄격한 이상을 제시했고 당시 샤 레자 팔라비 정권의 모든 서구적 잔재를 청산하는 작업을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반대자와 반대자로 의심을 받은 사람들이 체포돼 혁명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고 처형됐다.

당시 ‘코미테’라 불리는 이슬람 자경단은 이란 곳곳을 다니며 혼외정사나 간음, 동성애 등을 저지른 사람과 음주자 등 이슬람 율법에 반하는 범죄자들에게 채찍형과 투석형을 언도했고 이슬람식 정의를 강제했다. 여성은 9살부터 베일없이 공공장소에 나오는 것을 금지했다.

이슬람 혁명이 이란 전역을 통제하면서 이전까지 이슬람 시아파 지도자들이 갖고 있던 정의로운 이미지는 사라졌다. 이란의 이슬람은 다른 아랍권과는 다르다. 절대 다수 이란인들은 세계 무슬림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수니파와 달리 시아파 무슬림이다. 시아파는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혈통만이 이슬람의 최고 종교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이슬람의 한 종파이다.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촌동생이며 사위인 알리를 추종한다. 반면 수니파는 칼리프라 불리는 이슬람 공동체의 통치자를 합법적 후계자로 인정한 분파다. 역대 칼리프를 정통으로 인정한다.

시아파는 이슬람 경전 꾸란의 권위를 인정하지만 이를 해석할 때 종교적 권위자인 ‘아야톨라’(알라의 신호란 뜻)를 더 의지한다. 이런 전통은 무함마드의 사위이자 사촌인 알리와 알리의 아들 후세인이 무함마드의 지도자적 권위의 적법한 상속자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특히 후세인이 페르시아 여인과 결혼한 사실은 이란인들로 하여금 시아파 전통을 더 신봉하도록 했는데 그 이유는 후세인의 모든 후계자는 적어도 혈통적으로 페르시아인이라는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이란 이슬람에 그 독특성을 더한 것은 고대 페르시아 문명이었다. 페르시아 문명은 이슬람화된 이란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페르시아적 정체성을 가미한 이슬람 문학 철학 시문학을 통해 지속적으로 표출됐다. 이 페르시아적 이슬람 안에는 수피 신비주의 전통도 담겨 있다. 수피주의는 이슬람 율법주의의 한계를 초월하는 수단을 제공하며 이란의 시와 성인들을 배출했다. 호메이니가 79년 정권을 잡은 후 이 같은 페르시아적 이슬람의 역사와 가치, 철학적 전통, 신비주의 전통도 큰 위협을 받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늘날 이란 인구 64%는 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태어난 세대이다. 이들은 이 혁명에 별다른 감흥이 없다. 이들은 오히려 국교인 이슬람교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그래서 이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무신론과 세속주의, 마약, 고대 조로아스터교와 불교 등 다른 세계관에 눈을 돌리는 일이 흔한 일이었다. 이들 중엔 기독교로 개종하는 사례도 많았다. 한 통계에 따르면 수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특히 아편 중독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대략 400만명의 중독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편 대부분은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유입되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만 이란 전역에서의 필로폰 압수 실적이 1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필로폰 중독자들 대다수가 도시 거주자들이며 중산층과 젊은이들로 분석된다.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선거에서 61.9%의 표를 얻어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라이시 대통령은 ‘강력한 이란을 위한 대중 정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난해 8월 취임했다. 서방과의 대화에는 부정적인 원론주의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밑에서 이슬람 신학을 공부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에는 히잡을 안 쓴 미국 CNN 방송 여기자와의 예정된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도 했다. 기자는 이란계 미국인으로 국제전문기자인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였다.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안보와 평온을 반대하는 자들에게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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