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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700’에 속아 中조직 감금, 한국인 8명 극적 탈출

어머니 신고에 필리핀 경찰과 공조
구출된 피해자 “한국인 7명 더 있다”
전기 고문 동영상 보여주며 협박하기도


40대의 아들은 두 달 전 일자리를 구했다며 필리핀으로 떠났다. 현지에 사는 지인의 가게 운영을 돕는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14일 “여기 난리 났다. 앞으로 연락이 안 되면 신고해 달라”는 다급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남긴 뒤 연락이 끊겼다. 필리핀 앙헬라스의 한 건물 주소지도 남겼다. 놀란 70대 노모는 휴대전화를 들고 곧바로 충남 보령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은 어머니 휴대전화로 아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돈을 보내라는 등의 요구는 없었지만 구체적인 주소지와 경찰 신고를 언급한 점이 심각해 보였다. 긴급 상황으로 판단한 경찰은 필리핀 현지와 공조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인터폴 국제공조과는 필리핀의 코리안데스크과 경찰주재관, 사건담당 형사가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과 관련된 강력 사건이나 해외 도피사범 검거를 주업무로 외국에 파견된 경찰관이다. 필리핀에는 앙헬라스를 포함해 총 6곳에 코리안데스크가 있다.

앙헬라스 코리안데스크는 신고 접수 약 7시간 만에 필리핀 경찰과 ‘구조 요청’이 접수된 건물을 찾았다. 해당 건물은 3층 높이로, 외관상으로는 일반적인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회사 상호가 적힌 간판도 붙어 있었다고 한다.

건물에 강제 진입한 코리안데스크와 현지 경찰은 내부 수색 끝에 피해자를 찾아내 구출했다. 피해자는 ‘월 7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구인 광고에 속아 필리핀에 넘거간 뒤 중국 범죄조직에 합류했다가 탈퇴 의사를 밝히자 감금됐다고 진술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중국 조직은 ‘전기 고문 동영상’까지 보여주며 탈출을 못하도록 겁을 줬다고 한다.

구출된 피해자는 한국인 7명이 건물 안에 더 붙잡혀있다고 했다. 경찰은 필리핀 경찰청과 함께 다음 날 2차 진입을 위한 작전을 협의했다. 그런데 앞선 경찰의 강제 진입에 놀란 범죄조직이 이튿날 오전 한국인을 전원 풀어주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경찰은 현지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를 취하고 귀국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해당 범죄조직은 필리핀 현지에서 합법적으로 회사를 차린 뒤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 전역에서 중국계 불법도박 조직원들에 의한 살인, 납치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최근에는 한국인들도 관련 조직에 개입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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