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물가폭등에 난민에… ‘극우 바람’ 유럽, 분열 우려도

CNN “포퓰리스트에게 많은 기회 줄 것”


25일(현지시간) 실시된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중심인 우파 연합이 승리했다. FdI의 조르자 멜로니(45) 대표는 사실상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가 됐다. 아울러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극우 정당이 이탈리아를 이끌게 됐다. 유로존 3위 경제 대국에서 극우 세력의 집권으로 유럽연합(EU)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총선 개표는 하원에서 96.9%가 진행된 가운데 우파 연합이 43.9%, 중도좌파 연합이 26.4%를 득표하고 있다. 상원은 97.9%가 개표됐으며 우파 연합 44.1%, 중도좌파 연합 26.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우파 연합이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것이다. 멜로니 대표의 FdI는 정당 중 가장 많은 26.2%를 얻으며 지난 총선보다 20% 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상승했다.

우파 연합의 승리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집권당인 좌파 연합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의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9.0% 상승했다. 야당인 우파 연합은 에너지·식료품 가격 급등을 좌파의 책임으로 돌리며 세를 확장했다.

하지만 멜로니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당장은 에너지 위기와 높은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우파 연합을 구성하는 ‘전진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와의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 두 사람은 인기가 급상승한 멜로니 대표를 견제해야 한다는 공통된 기류가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멜로니 대표의 집권으로 유럽에 부는 ‘극우 바람’은 더 거세졌다. 스웨덴에선 지난 11일 치러진 총선에서 네오 나치에 기반한 스웨덴민주당이 20.6% 득표율을 기록하며 원내 제2당으로 우뚝 섰다. 지난 6월 프랑스 총선에서도 유럽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이 우파 간판으로 자리했다.

이들 국가 모두 이민과 난민에게 적대적인 토양 속에서 우파가 성장했다. 코로나19 이후 아프리카 이주민·난민이 자국으로 몰려들자 반이민을 내세운 극우 세력의 힘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인플레이션·에너지 위기 등도 유럽의 민심에 불을 붙였다. CNN은 “상황이 더 나빠지면 더 많은 위기가 불가피하고 이는 포퓰리스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미래도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EU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 전선에 균열이 예상된다. 멜로니 대표는 선거 국면에서 러시아 제재에 찬성한다고 밝혔지만 연정 파트너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정반대의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동원령 선포 이후 EU가 논의하기 시작한 8차 대러 제재안에 이탈리아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