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확률 98%, 2008년 금융위기 수준” 분석 잇따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인사들이 일제히 인플레이션 통제에 대한 매파적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3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 금리 인상) 이후 뉴욕 증시는 지난 1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경기침체 경고등을 울렸지만, 연준 이사들의 발언은 단호했다. 시장에선 경기침체 확률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6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 행사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날 때까지 우리는 시장의 모든 방향에서 많은 변동성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긴축 정책을 펴는 동안 주식 폭락이나 달러 강세로 인한 주요국 환율 붕괴 등 글로벌 시장 변동성 확대를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심각한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러나) 물가 안정을 달성하려면 고용 성장이 느려지고 실업률이 다소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콜린스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아마도 정점에 이르렀을 수 있다”며 “도전적이긴 하지만 좀 더 완만한 둔화라는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스틱 총재는 영국의 대규모 감세 정책이 세계 경제를 침체로 빠뜨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콜린스 총재도 “정책 긴축이 심화하는 가운데 경제적 혹은 지정학적 심각한 이벤트는 미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단호한 긴축 정책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역시 “(그간의 긴축은)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였지만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준이나 전망을 고려하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역시 “생산과 고용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상승해 약간의 고통과 충격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다시 하락하도록 하려면 더 긴 시간 동안 제한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준의 매파적 입장을 확인한 시장에선 부동자금이 급증했다. 미국의 초단기 금융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4조6000억 달러, 초단기 채권펀드 잔액은 1500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증시가 급락해 가격이 내려갔지만, 투자자들은 서두르지 않고 있다”며 “연준이 매파적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시장이) 마침내 깨닫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투자연구기관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글로벌 경기침체 확률 모델 수치가 98%까지 상승했다”며 “수치가 이 정도로 높았던 경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2009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등 급격한 경기 침체 때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1% 하락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 이후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 4일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해 약세장(베어마켓)에 공식 진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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