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가 못 받은 보증금 422억…공공도 못 피한 깡통전세

전세임대 후 미반환 보증금 5년새 67배 증가

대부분 보증금 1~2억 연립주택
경매·소송으로 환수 시간 장기화
“집값 더 내려가면 보증금 미반환 더 늘 듯”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임대를 지원해 놓고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이 5년 전보다 67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 공기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깡통 전세 피해를 입고 있었던 셈이다. 공공의 피해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7일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LH가 전세임대를 준 뒤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총 243억8400만원에 달했다. 미반환 보증금이 3억6200만원에 불과했던 2017년에 비해 5년 새 무려 67배 늘어났다. 지난해 보증금 미반환 건수도 689건으로 16건이었던 2017년보다 43배나 많았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LH가 돌려받지 못한 전세임대 보증금을 합치면 무려 422억원에 달한다. 집값 하락 폭이 더 커진 올해 역시 1분기까지 전세임대 미반환 보증금만 62억원이나 된다.

전세임대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LH 등 주택 공기업이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입주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정책이다. 전셋값이 1억2000만원~2억4000만원 범위의 주택까지 지원되다 보니 대부분 연립·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이 대상이 된다.

통상 전세임대 계약이 종료되면 LH는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이 과정에서 입주자가 공과금 등을 체납하는 바람에 보증금에서 일부 차감되거나 집주인 사정으로 보증금을 당장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LH는 보증금 차감이 발생하면 입주자에게 손실분을 청구하고, 집주인이 돌려주지 않을 때에는 보증보험에서 우선 대위변제 받는다.

다만 입주자가 전입신고 의무 등 계약서상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보증보험 지급이 거절되는 일도 있다. 보증보험 지급이 거절되고 석 달 이상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으면 미반환 보증금으로 집계된다. 이 금액이 최근 몇 년 간 눈덩이처럼 불었다. LH 관계자는 “일부 임대인의 경우 소송을 피하고자 뒤늦게 자진 반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안 하면 경매나 소송을 통해 회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매나 소송 절차를 밟으면 보증금 회수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LH가 회수하지 못한 보증금이 많아지면 그만큼 서민 주거안정에 필요한 재원에 부담이 된다.

특히 최근 집값 하락 폭이 커지면서 전세임대가 많은 연립·다세대주택을 중심으로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전국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은 83.1%로 74.7%인 아파트보다 높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

강 의원은 “이미 수년간 미반환 보증금이 늘고 있었는데 LH나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집값이 더 내려가면 전세임대 미반환 보증금 규모도 더 커질 수 있으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