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면 죽는다” 자본주의 통찰에 서스펜스 입힌 ‘작은 아씨들’

사진=tvN 제공

“그때 가슴에 새겨졌어. 돈이 없으면 죽는다.”

가난하게 살면서 많은 걸 포기해야 했던 세 자매. 생일에 케이크를 사지 못해 달걀을 쌓아 촛불을 켰다. 치약이 떨어지면 소금으로 이를 닦았다.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는 빚만 남겼다.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동명의 고전 소설을 현실에 옮겨놓은 잔혹 동화에 가깝다. 자본주의의 차갑고 냉정한 현실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자매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감정 묘사, 뛰어난 미장센으로 입소문을 탔다. 시청률은 지난 3일 첫 회(6.4%) 방영 후 25일 8.7%까지 올랐다.

모든 사건은 첫째인 오인주(김고은)에게 갑자기 20억원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그는 가난이 곧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체감하며 자랐다. 가족을 지키려면 돈이 필요했다. 떳떳하지 못한 돈도 괜찮았다. 하지만 둘째 오인경(남지현)은 돈 때문에 양심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둘은 같은 집에서 자라면서도 돈에 대한 신념은 달랐다. 셋째인 오인혜(박지후)는 무리해서 자신의 보살피는 언니들의 사랑이 점점 버겁다. 자신의 힘으로 홀로 서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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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의 눈은 반대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박재상을 향한다. 박재상의 장인은 군사정권 시절 각종 특혜로 부를 쌓은 원기선 장군이다. 그 일가가 누리는 부는 정경유착의 산물이었고, 축적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희생됐다. 박재상은 부와 명예를 위해서 남의 목숨도 쉽게 앗아가는 잔인한 인물이다. 세 자매가 자본주의의 악으로 대표되는 박재상에게 어떻게 맞서 싸울지, 가장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작은 아씨들’의 매력은 다층적이다. 가난과 돈에 대한 통찰뿐만 아니라 서스펜스적인 재미도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제목만 들으면 소녀적 취향일 것이라 예상하게 되지만 막상 드라마는 한국 현대사의 문제, 정치와 권력의 유착, 정치적 음모가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 등 묵직한 사회적 주제를 작 녹여내고 있다”며 “사회풍자와 비판, 자매들의 감성적 요소, 스릴러를 접목한 ‘작은 아씨들’은 복합장르의 성공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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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가 이어가는 세 가지 다른 결의 이야기는 흥미와 호기심을 증폭한다. 회사 비자금 700억원을 둘러싼 인주의 이야기, 박재상의 비리를 파헤치는 인경의 추적기, 박재상 저택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인혜의 모습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묶어서 하나의 메시지를 향해 달려가는 스토리에 강력한 힘이 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현실에 대한 냉철한 통찰도 곳곳에 녹아있다. 정 평론가는 “현재 자본주의의 시스템은 그 연원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전체적 맥락을 꿰뚫고 있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윤석진 드라마 평론가는 “역사적, 정치적 사건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해서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인 시선이 있다. 이는 현재 청년 세대가 느끼는 욕망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더 이상 계층이동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청년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정의롭지 못한 돈은 나쁘다’는 어설픈 훈계가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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