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독 가스관 ‘폭발 추정’ 연쇄 누출…유럽 “파괴 공작”

큰 구멍 발생, 복구에 수일 걸릴 듯

27일(현지시간) 북유럽 발트해의 노르트스트림 2 해저 가스관에서 가스가 유출되는 모습을 덴마크의 보른홀름섬에서 발진한 F-16 전투기가 촬영한 사진. 덴마크 방위사령부 제공, AFP연합뉴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의 발트해 해저관 3개에서 하루 새 연이어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노르트스트림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 AG는 이날 노르트스트림의 3개 해저관에서 연이어 손상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노르트스트림 AG는 “동시에 3개 가스관이 망가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가스 공급 시스템의 복구 시기를 예상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스웨덴 국립지진네트워크는 가스관 누출 발견 직전 해당 지역에서 두 차례 대량의 에너지 방출이 기록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같은 규모의 에너지 방출은 폭발 외에 다른 원인을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노르트스트림-1은 이달 초부터 가스 공급이 중단됐으나 내부에는 여전히 많은 양의 가스가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각 연간 275억㎥의 공급 용량을 가진 2개의 가스관으로 이뤄진 노르트스트림-1은 2011년부터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스를 공급해 왔다.

러시아는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점검을 위해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으나, 점검 완료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돌연 누출을 발견했다면서 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한 바 있다.

노르트스트림-1에 이어 독일에 추가로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말 완공된 노르트스트림-2는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 대상이 돼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유럽, 러-유럽 연결 가스관 누출 두고 ‘파괴 공작’ 규정

이번 사고와 관련해 러시아와 서방은 단순 사고가 아닐 것이라며 상대방을 겨냥한 의구심을 내비쳤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는 전체 대륙의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문제다.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누출이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 탓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금 당장은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반면, 서방에서는 대러 제재에 반발해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계속해서 줄여온 러시아의 의도적 개입을 의심하고 있다.

사고 발생 지점은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다. 이에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의도적 행위라는 게 당국의 평가고, 사고가 아니다”라고 밝혔고,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이번 일을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로 규정했다. 다만 양국은 폭발 지점이 공해이므로 자국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보진 않는다고 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도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추측에 동조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한 단계 더 고조된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고 풀이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에서 “이번 누출은 러시아에 의한 테러 공격이자 유럽연합(EU)에 대한 침략 행위”라고 비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이번 사태를 사보타주로 규정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가동 중인 유럽 에너지 기간시설을 어떤 방식으로든 고의로 훼손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으며 이는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사태의 경위를 밝힐 조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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