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유영철은 동물학대범… 나쁜 사람이 나쁜 개 만들죠”

[인터뷰]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진행하는 설채현 수의사

설채현 놀로 행동클리닉 원장과 반려견 세상이. 세상이는 설 원장이 2018년 강아지 번식농장에서 구조한 후 입양했다. 권현구 기자

“개물림 사고와 반려견 유기 같은 반려동물 이슈의 원인은 결국 다 하나다. 아무나 키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에서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것과 연관돼 있다. 물건이라고 여기니 쉽게 데려다 키우고 쉽게 버린다. 물건으로 생각하니 방치하다가 개물림 사고가 일어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관련 기사가 부쩍 늘었다. 동물을 ‘반려’라 부르며 어엿한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만큼 동물복지와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동시에 해마다 10만 마리가 넘는 동물이 버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개물림 사고와 산책시 입마개, 층간 소음 등으로 반려인들과 비(非)반려인들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해결하는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세나개)의 진행자로 잘 알려진 설채현 수의사를 만났다. 수의사이면서 동물 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한 건 그가 국내 최초이다. 끊이지 않는 개물림 사고부터 정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반려동물 보유세, 식용견, 반려동물 문화까지 여러 쟁점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그가 원장으로 있는 서울 강남구 놀로 행동클리닉에서 진행됐다.

-세나개를 통해 전국의 말썽꾸러기 개들을 4년째 만나고 있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세상에 나쁜 개는 없고 나쁜 보호자만 있는 건가.

“나쁜 개는 있다. 그런데 그 나쁜 개의 기준이 인간이다. 개에게는 정상행동인데 사람들이 문제행동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 기준에서 공격적이고 나쁜 개라도 보호자가 관리만 잘하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나쁜 개를 정말 나쁜 개로 만드는 건 보호자다.”


-개물림 사고로 119 소방 응급차로 이송되는 피해자가 매년 2000명을 웃돈다. 개물림 사고가 개와 반려인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이유 아닌가.

“개물림 사고가 나면 개 키우는 사람 모두가 죄인이 된다.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 건 안일한 보호자들이지만 언론의 ‘늘어나는 개물림 사고’ 같은 기사에도 불만이 좀 있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2017년부터 하루 평균 6건 정도에서 더 늘고 있지 않다. 물론 통계에 들어가지 않은 사고가 더 있겠지만 사고가 증가한다는 데이터는 없다.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우리 주변의 생명체와 물건을 통틀어 개가 가장 안전한 편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다치는 원인은 부모의 학대나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가장 많고, 욕조 의자 침대 책상보다 개가 안전하다. 자동차는 어떤가. 하루 평균 600건 정도 사고가 일어나고 10명이 사망한다.”

개물림 사고견은 맹견 아니라 관리 부실견

-한국 보호자들은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Any dog can bite(모든 개는 물 수 있다)’ 캠페인을 했다는 게 인상적이다.

“‘세상에 물지 않는 개는 없다’는 뜻인데, 우체국에서 시작했다. 마당에 풀려 있는 개들 때문에 우편물을 배달하다가 물림 사고가 많이 일어나서였다. 보호자들은 반려견이 극한 상황에서는 언제든 사람을 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개물림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해서 느슨해지는 건 지금까지 교통사고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사고가 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는 것과 같다.”

-지난 7월 울산에서 8살짜리 아이를 공격한 진돗개 잡종견의 안락사를 놓고 여론이 들끓었다. 이전 개물림 사고 때 원장님은 약물치료를 제안했고 안락사에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울산에서 사고를 낸 개는 안락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고 후 보호소에서는 아주 온순했다고 하지만 얼마나 큰 사고를 냈느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물림의 강도가 너무 강했다(피해 소년은 목과 팔다리에 봉합 수술을 받았다). 사고를 일으킨 대부분의 맹견은 다른 말로 하면 관리 부실견이다. 개가 다른 사람이나 새로운 자극에 두려움을 느끼고 공격성을 보인다면 보호자가 먼저 입마개를 씌워야 한다. 그게 올바른 문화다.”

-그런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아 사고가 반복되는 것 아닌가.

“법으로 정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에는 ‘위험한 개법’이 있다. 공격 성향 정도에 따라 단계를 둔다. 큰 물림 사고가 아니면 잠재적으로 위험한 개로 지정되고, 보호자는 교육이나 주기적인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또 비슷한 사고를 내면 위험한 개가 된다. 그때는 공공장소에 가지 못하거나 반드시 입마개를 하는 등의 강력한 의무가 주어진다. 그러고도 사고가 일어나면 진짜 위험한 개로 분류되고 법원에서 안락사 판단을 하기도 한다. 이런 합리적인 단계가 필요하다.”


-개물림 사고를 막기 위해 사고견 보호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고, 법으로 정한 5종의 맹견은 허가를 받아야 키울 수 있게 된다. 효과가 있을까.

“보호자 처벌 강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정된 5종은 모두 한국에서 반려견으로 잘 키우지 않는 종들이다. 도사견은 전부 식용견이고, 도사견을 키우는 분들은 그 식용견들을 입양한 좋은 분들이다. 아메리칸 핏불테리어는 비슷하게 생긴 도고 아르젠티노로 등록해 허가제를 피해갈 수 있다.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도 드물고 로트와일러가 그나마 좀 있다. 실효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외출 시 입마개 의무화를 맹견 5종 외에도 추가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입마개에 관해서는 비반려인들이 잘못된 정보 때문에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산책할 때는 목줄이 있어서 대개 별문제가 없다. 지난해 양주에서 입마개를 씌우라고 요구한 게 발단이 돼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 있다.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은 개에게 입마개를 씌우라는 건 제가 지나가는 사람한테 마스크를 쓰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제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데 당신이 코로나를 옮길 수 있으니 마스크를 쓰라고 한다면 누가 잘못한 걸까.”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해 진입장벽 높여야

-지난 한 해 동안 11만 8273마리의 동물이 버려졌다. 시간당 13마리가 유기되는데, 강연 중에 반려견이 죽을 때까지 키운 반려인이 12%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88%가 반려견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예전 자료이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 그게 반려동물 보유세에 찬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름은 양육세로 바꾸면 좋겠다. 아무렇지 않게 동물을 사고 버리는 사람들을 막으려면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 세금을 내야 하고 절차가 복잡하면 귀찮아서라도 사지 않을 것이다. 양육세는 다른 데 쓰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유기견 보호소나 동물복지 시설들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한다. 지금 동물을 치료할 때 내는 동물병원 부가가치세는 동물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


-보유세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 유기동물이 더 늘어날 것이고, 그보다 처벌을 강화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논란이 부담스러운지 지난달 여론조사를 하면서 보유세 신설과 관련한 문항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질문에서 제외했다.

“문제가 생긴 후 처벌도 중요하지만 더 효율적인 건 처음부터 막는 것이다. 반려동물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법과 제도가 바뀜으로써 인식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가 바뀌는 것보다 개를 키우는 허들을 높이는 것이 빠르고, 허들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다.”

-유기견이 늘어나는 시기를 보니 말문이 막혔다. 여름 휴가 때 버리고, 명절에 집 비우면서 버리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다 버리고, 아파트 재건축이 시작돼서 이사 나가면서 버리고….

“도시에서 키우다 버리는 사람들 얘기다. 훨씬 더 많이 버려져 안락사당하는 개들은 시골에서 방치되다가 자기네들 스스로 교배해 낳은 새끼들이다. 뉴스에 안 나오고 눈에 안 띄는 유기견들이다. 개물림 사고의 대부분도 시골 마당 한쪽에 줄로 묶어놓고 방치한 개들이 일으킨다. 세나개 촬영 가서도 줄이 곧 풀리겠다 싶은 경우를 많이 본다. 그 줄이 풀리는 순간 환경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공격성이 올라간 개가 있으면 사고가 생긴다. 그래도 요즘 제 반려견과 산책하다 보면 잡종 발바리들이 꽤 눈에 띈다. 그런 개들을 입양하는 건 좋은 문화다.”

-펫숍의 품종견 대신 잡종견을 입양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니까.

“문제는 수요보다 공급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입양이 늘어나도 지방에서 방치된 개들이 계속 유기견을 양산하면 답이 없다. 지방 유기견 보호소에 가면 진도 믹스가 대부분이다. 중대형견이라 입양도 쉽지 않다.”

-내년부터 동물을 학대해 죽게 한 경우 처벌이 더 무거워진다.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강호순, 유영철 등 연쇄살인범들의 히스토리를 보면 동물학대부터 시작한다. 미국과 유럽은 동물 학대자를 따로 관리한다. 동물학대를 방치하면 결국엔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동물학대로 구속된 경우가 극히 드물고 최고 형량을 받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올해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공포됐지만 부족하다는 평이다. 학대 전력이 있는 사람의 사육금지처분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학대를 받아 구조돼도 학대범이 돌려달라고 요구하면 학대한 사람에게 되돌아가야 한다.

“민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물건을 가져가는 게 되기 때문이다. 동물이 물건이 아니게 되면 해결될 문제다. 동물에게 물건도 사람도 아닌 ‘제3의 지위’를 줘야 한다(지난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지만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고기 불법 아닌 나라는 한국과 베트남뿐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라는 민관 합동 위원회에서 여론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열명 중 아홉 명이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런데 식용견 금지에 동의하냐고 물으면 응답이 거의 반반으로 나온다. 예전에 프랑스 여배우가 한국의 개고기 식용을 비난하면서 반발심만 키워 놓았다. ‘우리 문화인데, 난 안 먹지만 굳이 법으로 막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많다.”

-개 식용 문화가 야만적이라고 했던 브리지트 바르도 말인가.

“감성적으로 개고기를 먹지 말아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 개고기를 합법으로 만든다. 둘, 불법으로 만든다. 하지만 첫 번째 경우는 여러 상황상 불가능하다. 한국은 세계동물보건기구 회원국이기도 하고 동물을 도축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법으로 정한다. 따라서 개 도축 기준을 만들고 도축장을 갖춰야 하는데, 이건 개고기 먹는 나라라고 전 세계에 알리는 셈이다. 법적으로 개를 먹게 하는 것과 개를 안 먹게 하는 것 중 국가 이미지와 우리 사회에 전체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게 무엇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소와 돼지는 먹으면서 개는 왜 안 되느냐는 반박도 많다.

“의학적으로 생리학적으로 이유가 있다. 개는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서로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나오는 유일한 동물이다. 사람이 개를 보면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개는 그 냄새를 맡고 사람을 좋아하게 돼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다른 동물과 다르다. 식용견을 금지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이고 국익을 위해 따라갈 수밖에 없다. 중국도 식용견을 금지해서 전 세계에 개를 먹는 게 불법이 아닌 나라는 이제 한국과 베트남밖에 없다.”

동물 대하는 태도가 사회가 약자를 대하는 태도

-아직 인권 보장도 미흡한 부분이 있는데 동물권까지 챙겨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 않나.

“개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물이고, 의견을 표현할 수 없는 약자다. 개를 대하는 태도가 곧 약자에 대한 태도가 될 수 있다. 동물에 신경을 쓰는 사회라면 당연히 약자에게 더 신경 쓰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겠나.”


-결국 반려동물 문화가 일천하기 때문인데, 장기적으로는 독일과 스위스 같은 동물복지 강국의 선례를 따라 정착되지 않겠나.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는 이제 발전기쯤 된다. 반려견 인구가 크게 늘어난 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였다. ‘월드컵 베이비’뿐만 아니라 ‘월드컵 반려견’들이 폭증했다. 미국 가구의 70%가 반려동물과 살고 있고 우리는 15~20%다. 자녀를 갖지 않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서 반려인구가 더 늘어나리라고 본다. 그동안은 반려견이 늘어나는 속도를 관련 문화가 따라가지 못했다. 한 세대쯤 후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체에 정착될 거라고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하면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행복할 수 있을까.

“서로를 알아야 한다. 저는 ‘개는 개다’라고 자주 말하는데 개를 사람처럼 대하면 함께 행복하기 어렵다. 개들은 우리를 알기 위해 눈칫밥 먹으면서 관찰하고 노력한다. 개를 그 자체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보호자라는 단어에 담긴 책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개는 사람으로 치면 평균적으로 30개월 정도의 정신 연령을 가지고 있다. 사람도 그 나이의 아이는 전적으로 보호자의 책임하에 있다.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내 개를 보호하고, 동시에 내 개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타인도 보호해야 한다.”

권혜숙 인터뷰 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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