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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發 ‘쌀’ 보호 정책, 연평균 1조원 든다…채소·잡곡 농사는 ‘외면’

한농연 보고서, 수급 조절 기능 약화도 ‘우려’
채소 등 밭작물 재배 농가 감소할 가능성도


민주당이 ‘정기국회 중점 추진 7대 입법’ 중 하나로 꼽은 양곡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은 법안 통과 시 매년 1조원 이상 추가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감소 추세인 벼농사가 각광받으며 과잉생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었다. 채소 등 타작물을 재배하던 이들이 벼농사를 짓겠다고 나서는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다. 쌀을 보호하겠다는 대의가 자칫하면 다른 작물 국산화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곡법 개정안이 미치는 영향 분석 중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예산 낭비 우려다. 양곡법 개정안은 정부가 수확기에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쌀 공급량이 일정해지며 가격 변동성이 사라진다. 벼농사를 짓는 농가들은 매년 비슷한 가격에 쌀을 팔 수 있고 정부가 수매할 때 지급하는 돈까지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대신 국가 예산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보고서를 통해 2022~2030년 기간 동안 연평균 46만8000t의 쌀이 과잉생산될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가 이를 수매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연평균 1조443억원으로 추계됐다. 보고서는 “예산 소요액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농산물 수급 조절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벼농사를 지으면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 상 벼농사에서 타작물로 전환하는 농가가 적을 거라는 것이다. 벼 재배 위주인 논농사 기계화율이 높다는 점도 분석에 힘을 싣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논농업 기계화율은 2020년 기준 98.6%로 일손이 필요한 일이 적다. 반면 밭농업은 기계율이 61.9%에 불과해 사람 손이 많이 간다. 그만큼 힘들기 때문에 벼농사 수익이 안정적일수록 타작물을 재배할 이유는 사라진다.

이는 가뜩이나 감소세인 타작물 재배지를 더욱 줄이는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배추·무 등 노지채소 재배 면적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 재배 면적은 19만7238㏊로 벼 재배 면적(73만2477㏊)의 26.9%에 불과하다. 팥·녹두 등 두류계나 고구마·감자 등 서류계 면적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감소세다. 양곡법 개정안대로라면 타작물을 재배하던 이들이 벼농사로 전환하며 재배 면적을 더 줄일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 공급 부족은 결국 농산물 수입을 더 늘리는 식으로밖에 대응하기 힘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양곡법 개정보다는 타작물 재배 시 직불금을 주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수급을 조절하는 방식이 지속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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