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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의 세상만사] ‘노란 봉투법’ 운명은?


쌍용자동차 사태는 20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약 76일간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사측인 상하이차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단행에 반발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64명의 노조원이 구속되고 경찰관 수십명이 부상을 당했다.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파업은 종료되었으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쌍용자동차와 경찰이 파업을 벌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14년 법원은 노조원들이 쌍용자동차와 경찰에게 46억80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그러자 한 시민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돕자는 취지로 노란색 봉투에 4만7000원을 넣어서 성금으로 전달했다. 한 시민의 선행이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예전 월급봉투가 노란색이었던 데 착안한 ‘노란 봉투 캠페인’이 일어난 것이다. 4만7000여 명이 참여했고 모금액은 14억6000만원에 달했다.

‘노란 봉투 캠페인’은 ‘노란 봉투법 입법 운동’으로 이어졌다. 사용자가 노조의 파업 등 쟁의행위로 손해를 보더라도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아닌 이상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쟁의행위를 노조가 계획한 것이라면 노동자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청구할 수 없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하자는 운동이다.

특히, ‘하청’ 노동자가 쟁의행위를 하면 기존에는 근로계약상 원청이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부분 ‘불법행위’로 인정되었는데, 이런 점을 개선해서 하청도 원청과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파업도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노조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한다.

당연히 사용자 측에서는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노란 봉투법’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는 헌법 23조와 ‘위법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배상 책임이 있다’는 민법 750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엄포도 놓는다.

물론 재산권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핵심축이다. 그러나 파업을 포함한 노동권 또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노동권을 사용자의 재산권과 대립되는 것처럼 바라보는 사용자 측의 주장은 노동권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노동권을 제약하기 위한 사유재산권의 행사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 현재의 세계적 흐름이다. 영국의 경우 10만여 명의 노조원에게 총액 약 4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한 것이 최고액 사례였고, 1970년대 프랑스에서는 1프랑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한 사례도 있었다. 이마저도 1970년대에나 있었던 사례로, 현대에 이르러서는 노동권에 대항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 자체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무튼, 노란 봉투법 입법 운동이 소정의 성과를 냈다. 정의당 의원 6명 전원과 민주당 의원 46명이 입법을 발의한 것이다. 현재의 의석 구조상 국회에서의 통과는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대통령의 거부권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다. 만약, 국회에서 재의결되면 법률로서 확정되고, 재의결하지 못하면 폐기된다. 윤 대통령은 불법 파업에 대해 엄정 대응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런 태도를 볼 때 거부권 행사가 유력해 보인다.

우리들 대부분은 평생을 노동자로 살아간다. 노동자 없이 기업이 존재할 수나 있겠는가. 국가인들 제대로 운영되겠는가. 부디 ‘노란 봉투법’을 기업과 국가의 존립과 성쇠의 관점에서 접근하기를 바란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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